엄마표 영어 아니고 이모표 영어 실험

마더구스 아니고 앤트구스

by 이보라



아이들은 자주 아프다.


어린이집에서 감기가 옮아오고 뭐 하나 잘못 먹으면 장염에 걸린다.


열이 나면 큰일이다. 집에 비상이 걸린다. 갑자기 조카가 아프면 가족들이 긴급 보육조로 투입되었고 그중 가장 많이 투입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일정이 유연했던 나였다. 물론 긴급 보육조가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자주 놀러 갔다. 조카라는 이름의 이 요망한 것은 사람을 홀릴 줄을 안다. 저항하려고 해 보았지만 저항이 되지 않아서 포기한 지 오래다.


조카네 집에 놀러 가면 그림도 그리고, 레고도 갖고 놀고, 레슬링도 하고, 피규어도 갖고 논다. 그냥 놀면 귀가 좀 심심하니까 배경 음악을 틀어 놓기 시작했다. 팝도 틀고, 클래식도 틀고, 당연히 동요도 틀어 놓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갑자기 영어에 환장한 이모의 탐구 정신이 발동한다. 영어 동요를 계속 노출시키면 얘도 영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이모표 영어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레고를 갖고 놀 때도, 레슬링을 할 때도, 피규어를 갖고 놀 때도 항상 배경에 마더구스 영어 동요를 틀어놨다. 매번 만날 때마다 트니까 조카가 그 재생목록에 '이모가 항상 틀어주는 노래'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기를 한 2년.


조카는 공룡 피규어를 가지고 놀고 있었고 마침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몸을 들썩이며 조카가 영어 동요를 따라 부른다. 자연스럽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오. 된다. 돼!


혼자 알아서 부른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영어 문장을 따로 알려준 것도 아닌데 알아서 따라 부르고, 생각보다 꽤 정확하게 따라 부른다.


동요를 따라 부른다고 해서 당장 영어 회화가 되는 건 아니지만, 다 남을 것이다. 나의 영어 삽질 인생에서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남았던 것처럼, 그 또한 다 남을 것이다.


그렇게 이모표 영어 실험은 계속된다(아마도).

될 때까지 영원히(아마도).





[삽질 복기]

- 영어가 안 남아도 재미는 있다.

- 계속 들으면 영어가 안 남을 수가 없다.

- 영어 음성에만 친숙해져도 반은 성공.

- 나도 가사 보면서 좀 따라 부를걸 그랬나?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10화경건하게 영어 성경 오디오북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