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아름답지 않다
치킨을 입에 반쯤 넣고 낄낄대며 볼 때는 좋았다.
그때는 좋았다.
미국 드라마가 영어 공부 세계를 점령한 후로, 미국 드라마는 항상 팍팍한 삶에 촉촉한 미를 더하는 존재였다. 눈이 퀭해지도록 온갖 드라마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해왔으니(그렇지만 말하기가 느는 건 한계가 있으니)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드라마 대본을 다 적어서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본이 아니라 전사문(transcript).
서점에 가지 않고도 이렇게 방대한 영어 공부 자료를 구할 수 있다니...
드라마에 영어 자막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없는 와중에 쉴 새 없이 질주하는 대사의 자막을 따라가는 것은 힘들었다.
어쨌든, 본격적인 영어 말하기 연습을 위해 대본을 소리 내서 읽어 본다.
오.
직접 말해 보니 다른 차원의 문제가 나타난다.
오.
문장이 매끄럽게 안 읽히네.
발음도 꼬이고 아는 문장도 꼬이네.
드라마를 볼 때는 정신 없이 지나가서 몰랐는데, 대본을 보니 모르는 단어도 참 많았다.
게다가 드라마 대본을 읽으려면 연기가 필요했다. 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이 교과서 읽기를 시켰을 때 읽었던 그 말투로 하면 배역을 따낼 수가 없었다.
연기하듯 읽어보고 연기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역시 연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영어로는 더욱 그러함을.
[삽질 복기]
- 저작권을 고려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본인이 이런 대본을 인터넷에서 보았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바이다. 위의 글은 그냥 허구이다. 원래 수필을 쓰지만 이 편만 소설이다.
- 미국 드라마 볼 시간 줄이고 대본 문장 읽기 연습을 더 했더라면 좋았을걸.
- 연기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걸.
- 그냥 읽을 수 있는 대로 읽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