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영어 원서라굽쇼? 킨들 언리미티드의 유혹

마음껏 읽도록 하거라 에헴

by 이보라



무제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치킨 한 마리도 못 사 먹는 가격으로 전화 통화를 무제한으로 하고, 음악을 무제한으로 듣고, 책을 무제한으로 읽고, 영화를 무제한으로 본다. 무제한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란 어렵다. 주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다.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많이 받는다.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주 기꺼이, 적극적으로 그 유혹에 빠진다.


아마존이 또 유혹을 한다. 이번엔 무제한 영어 원서로.

무료 체험 한 달을 주는데 어떻게 안 빠진담.


그렇게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의 나눔이 시작되었다. 모든 물건을 파는 가게답게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자랑한다. 가도 가도 책장이 계속 나오는, 끝을 알 수 없는 가상 도서관에 온 것 같아서 신이 나게 책을 고른다.


아이, 신나. 정말 신나.


무제한 영어 원서 중 마음에 드는 책을 800권쯤 찾아서 쌓아 놓고,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다. 아 근데, 이런... 달팽이 한 마리가 꼼지락꼼지락.


아 맞다, 그렇지. 내가 한글책을 읽는 속도도 아주 빠른 사람이 아닌데, 영어 원서를 읽는 속도는 3배쯤 더 느렸지. 열심히 읽는다고 읽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관심 목록에 책을 잔뜩 쌓아 놓았지만 한 달 동안 한 권이나 제대로 읽었던가?


무료 체험이 아니었으면 너무나도 아까울 뻔했다.


무제한 영어 원서를 누리는 즐거움은 온전하게, 원하는 만큼 많이 누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즐거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잔뜩 쌓여 있는 책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고르는 즐거움.

아주 느릿느릿하게나마 읽고 싶은 책을 원서로 읽는 즐거움.


그래, 뭐, 그거라도 있었으니 된 걸로 치자(뭐가 돼).





[삽질 복기]

- 그래도 무료 체험이라 좋았다.

- 너 자신의 영어 원서 읽기 속도를 알라.

- 너 자신을 알라(좀, 제발 좀).

- 이제는 다시 도전해 볼 수도 있겠다(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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