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즐거움
자꾸만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때 되면 먼지를 한 번씩 털어주고 기름칠도 좀 하며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나 보다. 사실 그 '나름'이 문제더라고, 항상.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죽을 듯 아픈 것도 아니었지만 몸은 말하고 있었다.
너 이제 움직여야 해.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그렇게 '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책상이나 소파나 침대에 콕 박혀 사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나가서 몇 시간씩 열심히 걷기 시작하니 주변 부서에서 난리가 났다.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 부서는 독서부와 어학부였다.
아니, 그럼 책은 언제 읽습니까? 영어 공부는 언제 합니까?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꼭 우리 부서에서 시간을 빼가야 합니까? 우리가 뭐 물로 보입니까?
하지만 걷기 부서의 힘은 이미 막강했고, 독서부와 어학부는 힘이 없었다.
책을 더 읽고,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그 시간에 걸어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그렇게 씩씩거리며 걷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 '영어 오디오북 들으면서 걸으면 되는 거 아니야?'
약 한 달가량을 음악이나 들으면서 걸었는데 영어 오디오북이라니! 이미 설거지할 때는 듣고 있었는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슬렁슬렁 걸으면서 영어 오디오북을 들어보니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집중도 잘 되고, 앉아서만 들으면 몸이 찌뿌둥한데 걸으면서 들으니 몸도 가뿐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영어 오디오북 성우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걷고 있노라면 '작가와 함께 얘기하면서 산책을 하는 느낌'도 들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매일 걸었다. 그리고 그 길을 외롭지 않게 수많은 작가가 함께해 주었다.
그렇게 영어 공부와 독서와 산책과 작가와의 대화가 모두 어우러진 삶을 살아간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삽질 복기]
- 진작 좀 이렇게 걸을걸.
- 이제는 걷는 게 즐겁다.
- 책도 읽고, 영어도 익히니까.- 삶에서의 즐거움은 모두 찾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