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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Nov 13. 2020

돼지고기도 커피를 마신다?

김장 친구 수육


돼지고기가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요? 돼지고기가 커피가루를 마시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김장할 때 이 친구는 사이드 메뉴가 되기도 해요.     



  돼지고기도 커피를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0년도 더 됐다.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때는 돼지고기를 사 오면 제육볶음, 구워 먹는 식으로 즐겼다. 가끔 시댁 김장 때 수육을 먹기도 했지만, 일상 메뉴는 아니었다. 아이 연령대가 비슷해서 신랑 회사 동료 가족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 오후 공원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하나 펴고, 1차로 간단한 음료수와 주전부리를 먹으며 놀다가,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이도, 어른도 그냥 헤어지기는 아쉬워,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던 때였다. 그중 주부 베트랑인 언니가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먹자고 했다. 수육이라는 메뉴에 놀라기도 했고, 더운 여름 불 앞에 있을 생각에 땀이 삐질삐질 나기도 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수육을 집에서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기를 사 오며, 어찌해야 하는지 얼굴에 먹구름이 하나 가득이었다. 대빵 언니가 총대를 매 주어, 된장과 커피가루를 이용해서 수육을 삶았고, 우린 맛난 수육으로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랬다. 이때 배운 방법으로 수육을 삶고 있으며, 월계수 잎만 추가되었다.      



  딸이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험기간에 2주씩 집에 못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전화해서 수육 타령을 했다.

“엄마, 기숙사는 에어컨이 있어 너무 시원해. 그런데 엄마 음식 중 수육이 먹고 싶어. 나, 수육 좀 해다 주면 안 돼? 수육 먹으면 힘날 거 같은데...”하면서 약간은 울먹이는 소리로 엄마, 집도 그립다며, 수육도 먹고 싶다고 했다. 

“수육이 먹고 싶은 거야? 엄마가 보고 싶은 거야?”라며 나는 딸에게 반문을 하곤 했다. 

“뭐, 겸사지. 엄마가 해오면, 엄마도 보고, 수육도 먹고……. 1석 2 조지.. ”

“수육 식으면 맛없는데, 그래도 괜찮아?”라며, 나는 딸에게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선택해서 간 학교였지만, 기숙사 생활, 그리운 집, 먹고 싶은 집밥을 이야기하곤 했다. 처음에는 안돼 하다가, 기숙사, 타지에서의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응원해주고 싶어 수육과 같이 먹을 무채를 해다 준 적이 있다. 이날 수육은 딸과 딸의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었다.      



 이제 돼지고기 수육을 해볼까요? 돼지고기 수육을 삶으면, 어떤 부위로 사서 하시나요?

집마다 다를 거 같아요. 저는 삼겹살 한 근, 목살 한 근 정도 준비했어요. 아이가 비계 있는 쪽을 좋아하기에 삼겹살도 같이 해요. 살코기 쪽을 원하신다면, 목살을 준비하시거나, 수육용으로 나와 있는 고기(앞다리살)를 사셔도 돼요. 약간 부드러운 식감의 수육을 원하시면, 목살, 앞다리살도 100% 살코기보다는 약간 비계 있는 쪽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아요. 살코기로만  선택하시면 수육 맛이 퍽퍽할 수도 있어요.      



  돼지고기 수육을 삶을 때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죠. 

삼겹살과 목살을 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빼주세요. 고기는 물속에 30분 정도 담가놓고, 이제 나머지 재료들을 준비해 주시면 돼요.     



<커피가루로 돼지 수육 삶기>


삼겹살 한 근, 목살 한 근, 파 몇 개, 양파 1개, 마늘 8~10개, 생강 큰 거 1개, 된장 2 숟가락, 매실액 50mL, 청주 50mL(소주 대체 가능), 커피가루 한 숟가락, 월계수 잎 약간     


1) 고기 두 덩이가 잠길 만큼의 냄비가 필요하므로, 큰 냄비를 준비해 주세요.

2)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 2 숟가락을 풀어주세요. 

(된장이 짠 경우에는 한 숟가락이나 1.5 숟가락만 풀어주세요.)

3) 커피가루 1 숟가락 정도 넣어주세요. 집에 믹스커피가 있으신 분은 프림, 설탕을 빼고, 커피가루만 걸러 사용하시면 돼요.

4) 파, 양파, 생강, 마늘 등을 넣어주시고, 끓여주세요.

5) 물이 끓을 때, 고기를 넣어주세요.

수육을 빨리 먹고자 할 때는 고기를 작은 덩어리로 잘라서 넣으면, 익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어요.

(물이 끓을 때 넣으면, 고기의 육즙을 고기 안에 조금 더 가둘 수 있어요.)

6)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매실 액 50mL, 고기 잡내 제거하기 위한 청주 50mL(소주로 대체 가능) 도 같이 넣어주시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40~50분 정도 삶아 주시면 돼요.(고기를 작은 덩어리로 소분하신 경우는 고기가 빨리 익으므로 이 시간보다는 빨리 고기를 꺼내서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세요.)     



고기가 익었는지 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기를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핏물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고기가 다 익었다고 보시며 돼요.      


* 월계수 잎이 있으면 같이 사용하시고, 없으면 사용하지 않으셔도 돼요. 월계수 잎은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해 줘요.     

월계수 효능에 대해 알아볼까요?     


월계수 잎은 테르펜, 커큐민과 같은 항암 및 항산화 효과를 가진 성분이 들어있어 노화 방지와 심장병 예방 등에 효과적이며, 긴장완화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줘요. 소화 기능을 촉진시켜 주며 위산의 역류나 복부의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에요. [네이버 지식백과] 월계수 잎 [Bay Leaf] (두산백과)     


월계수 잎은 고기의 누린내 제거 말고도 여러 효능이 있어서 같이 사용하면 좋아요. 

생강은 세일할 때, 사 와서 껍질을 벗겨 냉동실에 넣어두면, 아무 때나 편하게 쓸 수 있어요     



수육을 삶을 때 부르는 노래는 아기 다리 고기다리이다. 보통 40분 정도 삶아야 하기에, 고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이나 긴 듯하다. 그동안 수육에 같이 곁들일 것을 만들면 좋다.      


<맛난 파채>


파채를 사 오거나, 집에서 파의 결대로 썰어주세요. 

맛소금이나 후추 약간, 고춧가루 1~1.5 숟가락, 참기름 한 숟가락, 깨 약간, 맛 간장 한 숟가락

여기서 맛난 파채의 팁은 맛간장이나 참 소스를 한 숟가락 넣는 것이다.(집에 있는 맛 간장을 사용하셔도 되고, 고기 찍어 먹을 때 먹는 시판용 참 소스를 이용해도 좋다. 맛 간장이나 참 소스를 섞어 파채를 하게 되면, 부드러우면서 약간 짭조름한 파채가 되기도 한다.)     



왼쪽은 거의 목살 쪽이고, 오른쪽은 삼겹살 쪽이에요.



쌈 배추, 고추, 마늘, 파김치까지 같이 준비해서 먹으면, 입에서 고기가 살살 녹으며, 고추, 마늘, 파채나 파김치의 알싸한 맛까지 느껴져서, 입으로는 첫 쌈을 먹으면서 손은 어느새 두 번째 쌈을 싸고 있기도 해요.      



돼지 수육과 같이 즐기는 파김치



  돼지고기 수육을 삶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누린내 제거만 잘해주면 맛난 돼지고기 수육 즐길 수 있어요. 고기 부위에 따라서 수육의 맛도 약간 달라져요.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도 맛있지만, 집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싫을 때는 수육으로 해서 먹는 것도 좋아요.      


배추에 돼지고기 수육 한 쌈



  돼지고기 수육은 언제 주로 먹을까요? 대부분 김장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김장, 다른 쪽에서는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방금 한 김장김치에 수육을 한 점 얹어 먹거나, 절여진 배추에 수육을 얹고, 양념된 무채를 얹어 먹는다. 돼지고기 수육은 김장 친구로서만 아니라, 고기를 즐기는 또 다른 메뉴로도 즐기면 좋다. 가끔 카페인이 당기면, 커피숍이나 편의점 커피를 이용하듯이, 돼지고기가 자기도 카페인이 당긴다고 하면 돼지고기에게 커피가루를 양보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제거하고, 맛난 수육도 즐길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론 음식 할 때 조리법만 살짝 바꿔도, 색다른 메뉴가 하나 늘어나기도 하고,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주말에 수육이나 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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