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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Jun 01. 2020

마음은 검정색?


  오늘 내 마음은 검은색일까? 아니면 하얀색?     



  가끔 블로그 이웃의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댓글로 쓰는 경우도 있다. 블로그 이웃 중 한 명은 인테리어 일을 하시면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나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글을 쓰신다. 이웃이 그날 올린 인테리어 사진은 분홍색 벽면에 흰색 가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블로그에 봄까치꽃과 냉이꽃 사진을 올리면서,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던 것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봄까치꽃과 냉이꽃은 화려한 봄꽃은 아니다. 그냥 지나치면 전혀 모를 들꽃이다. 크기도 작아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봐야 알 수 있는 꽃이다. 봄까치꽃의 또 다른 이름은 큰개불알꽃이라고 한다. 씨앗이 맺히는 모양을 보고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씨앗이 맺히는 모양을 확인해 보고 싶다. 봄까치꽃의 파란 물결이 마음에 봄바람을 일으켜서인지, 들꽃 향도 파랗게 느껴졌다.      



 (하얀색꽃은 냉이꽃, 파란색꽃은 봄까치꽃입니다)




   마음에 분 봄바람 때문이었을까? 평소 같으면 글을 읽고, 흰색과 핑크에 관한 이야기로 댓글을 달았을지도 모른다. 이날의 댓글은 흰색에서 영감이 떠올라 하얀색 눈이 떠오른다고 댓글을 달았다. 최근 산책 하다가 본 하얀 배꽃을 보면서, 어느 시인이 배꽃을 달빛 초례청으로 표현한 것이 생각났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었던 나의 하얀 꿈도 생각이 났었고, 순백의 하얀 이미지도 생각나기에 하얀 눈이 생각난다고 댓글을 달았다.





  나의 자작시도 잘 읽어주시는 이웃인지라 하얀 눈이 생각난다는 나의 댓글에, 이웃은 떠오른 시상으로 새로운 시를 써보라고 하였다. 분홍색과 흰색 중에 내 마음에 흰색이 더 다가와서 그렇게 댓글을 달았다고 했더니 소녀 감성이라고 했다. 마음의 봄이 조금씩 문을 여니, 감성이 더 충만해져서, 하나의 이미지를 보아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시상이 떠오르는 듯하다.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으면, 아무것도 못 느끼고 무기건조하고, 재미가 없지 않을까? 가끔 마음의 빗장을 열어볼까 한다.     



  하나의 사물을 보고 나는 흰색으로, 블로그 이웃은 분홍색만 얘기했다. 우리는 언제나 사물을 본다. 그러나 사물이 내 마음에 닿은 순간 우리는 어떨까? 내 마음의 컬러에 따라서 흰색으로도 분홍색으로도 보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흰색과 분홍색이 다 보이기도 하며, 전혀 다른 색상이 느껴지기도 할 거 같다. 때로는 그 색상마저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진 마음이라 색상을 못 느낀다면, 열쇠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해빙되고 있는 것이며, 열쇠를 찾으려 손만 뻗으면 된다. 마음의 열쇠는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으니, 언제나 같은 자리에 두어볼까 한다. 열쇠를 찾아 헤매지 않도록 말이다. 열쇠에 꾸미기 마법을 부려서 블링블링한 열쇠로 만들까 한다. 어떤 마음 자물쇠도 다 열 수 있는 기능은 부가서비스로 장착하면 될 거 같다.     



  한 컵에 담겨있는 반 잔의 물을 보는 두 가지 시각이 떠올랐다. 내 마음이 빛날 때는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보며, 내 마음이 불안할 때는 ‘반밖에 안 남았다’고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 내가 힘든 일을 겪고 있어도 물이 담겨있는 컵의 바닥과 물의 높이를 비교해보면, 마음도 기운을 차리고, 예쁜 색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끔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 내 옆에 누가 있는 지도, 그 사람의 향기가 어떤지, 그 사람의 목소리가 어떤지 종종 잊어버린다.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그 사람을 판단한다. 이것은 밖에 나갈 때 햇살이 너무나도 눈부셔, 선글라스를 쓰는 느낌이 아닐까? 눈은 선글라스로 편해지지만, 마음이 어떤 색으로 물드는지 모를 때가 있다. 오늘도 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지 만져본다. 때로는 익숙해져 버린 선글라스에 벗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니까 말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한 템포씩 자신의 속도로 가면, 컵의 물도 반이나 남았으며, 들꽃의 파란 물결도 느끼고, 옆 사람의 향에도 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내 마음의 컬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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