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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Apr 30. 2020

박치와 음표사이

오늘도 음표는 무심히 스쳐간다


나는 평소에 시상(詩想)을 찾기 위해서,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는다.

한 두번으로 안되면, 여러번 듣는 경우도 있다.

 


  어제 내가 하루 종일 들은 노래는 ‘그대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이다. 며칠전부터 쓰고 싶은 시가 있는데, 아직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았다. 3번인가 4번 정도 반복으로 듣고 있는데, 신랑이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봄비를 대체 얼마나 맞아야 해?”

“비도 안 오는데, 무슨 비?”

나는 그렇게 되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곡을 무한 반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래를 들을 때, 나는 이어폰 끼고 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기에, 귀도 아프고, 소리만 웅웅거릴 뿐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되도록이면 감기약을 먹지 않으려고 버틴 탓이다. 지금이라면 감기약정도는 병원에서 약을 조절해서 처방해 주기에, 임산부도 감기약을 먹는다. 그때의 나는 아주 자그마한 일도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기에 좋은 차들만 먹고 버텼다. 그 후 병원에 갔더니,  한쪽 고막에 물이 찼다고 했다. 두번의 임신으로 나는 작은 소리를 잃어갔다.

노래를 들어도 음표는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으로 흐르면서, 내 마음속의 음악도 잊혀졌다. 나의 몸은 노래에 반응하지 못하고 점차 뻣뻣하게 굳어갔다. 음악을 잃은 나의 삶은 무미건조해졌다.          



   내가 운전을 할 때,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서로 선곡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요새 유행하는 곡 위주로 많이 듣는 편이다. 운전 중 느껴지는 차장 밖 한줄기 바람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은 조용히 가슴에 스며든다.

그때부터였을까 음표가 하나 둘, 내 귀에서 살아나기 시작한다.   



  음표는 설거지를 할 때나, 다른 무엇인가를 할 때 나와 같이 동행해주는 친구가 된다.  식구들은 각자 이어폰을 끼고 자신만의 노래를 듣는 반면, 나는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는다. 식구들은 이어폰 끼지 않는 나를 뭐라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내게 묻는다.

“엄마, 같은 곡 계속 들으면 질리지 않아?”

“아니, 그냥 좋아.”

나는 그렇게 답해 주었다.

노래 한곡으로, 나 자신을 달래 주는 또 다른 방법을 알았다.  나의 삶도 조금씩 더 활기를 찾지 않을까?  독서가 스트레스 해소법의 전부였던 학창 시절에 비해서 기타 연주의 라이브를 듣는 느낌이랄까? 에너지가 통하고 와 닿는 느낌이다.           



   나만의 음표 획득법은 특이하다. 운전을 할 때나, 집에서 들을 때도 어느 한곡을 들으면 때론 두세 시간씩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듣기도 한다. 나는 실은 몸치에 박치다. 8분의 6박자, 4분의 3박자, 포르테, 피아니시모 이런 것들은 머릿속에는 있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게 몇 박지인지, 그게 어떤 음인지 잘 모른다. 그냥 그 노래에 취해 나만의 박자로 몸을 움직이고, 노래 가사도 따라 부른다. 음표들이 내 몸을 휘감게 하면, 그 노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블로그 글이나 시를 쓸 때에 좀 더 이미지가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즐기는 방식이 다르니까, 나만의 방식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몸치나 박치인 사람들도 노래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음정, 박자 다 무시하고 가사를 따라 부르며, 막춤이라도 음악이 흐르는 대로 자꾸 움직여지는 몸을 어쩌랴. 악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도 음악을 듣고자 하는 열정은 누구에게나 뒤지지 않으니까.

내가 어떤 것을 잘 모른다고 하여, 즐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조금씩 알아가면 그것 또한 즐겁지 않을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자왈:“학이시십지면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면 불역락호”) 의 말처럼 조금씩 배워가서 즐겁고 , 친구처럼 즐길 수 있어서, 난 오늘도 나만의 노래를 부른다.

때로는 가수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오늘은 봄비를 5번 맞으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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