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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May 04. 2020

독자를 만나기 100m 전

나는 햇병아리 작가다


  벚꽃 잎이 살랑이는 봄바람을 느낄 때쯤, 나도 이메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봄 편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작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며, 3번의 도전으로 작가가 되었기에 한바탕 눈물만 쏟았다. 그동안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내 앞을 스쳐갔다.          



  블로그를 하면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하여 알았지만, 처음에는 그냥 글도 작품이 되는구나 정도였다. 블로그에 시와 일반 글을 올리면서, 오늘  나의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브런치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며칠 전 식구들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신랑이 작가 된 거 축하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브런치가 뭐야?”

“브런치는 아침 겸 점심인 거는 알지? 그런 느낌의 글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야”

나는 이렇게 답해 주었다.          



                                                                                   @pixabay



  신랑한테 나의 블로그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알려 주었지만, 브런치가 어떤 공간인지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나 보다.

블로그 이전에는 나 역시 먹는 브런치만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시각들에 새삼 놀라며, 지금은 브런치가 글 하나로 독자를 만날 수 있고, 독자와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낀다.          


  처음에는 반백의 나이에도 꿈을 꾸어서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고, 나 자신이 대견했다. 블로그 글쓰기 한 달이 지날 즈음, 앞으로 글쟁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2달 만이다. 시를 쓸 때보다도 더 많은 열정을 덤프트럭으로 계속 날랐으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나의 가슴에는 브런치 작가라는 주춧돌이 놓였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세 글자로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서 헤엄치며, 태양도 흠뻑 마시고 싶다.          



   나의 식지 않은 열정은 아직 뜨겁다. 흙손으로 이 열정들을 다듬어서 OOO 한 작가, ♡♡♡ 한 작가로 불릴 수 있게끔 한 칸씩, 한 장씩 벽돌을 쌓아 올리고 싶다. 예쁜 도자기를 구워내려면, 일정 시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작가로서 사람의 체온 온도인 36.5°로 꾸준히 불을 지피고 싶다. 팔팔 끓는 물처럼 금방 뜨거워지고, 빨리 식혀지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야 좋은 글로 독자를 만나며, 나의 온기를 그대로 전해줄 수 있을 거 같다.          



   작가라는 말보다는 독자라는 말에 가슴이 더 먹먹해지는 이유는 뭘까? 작가가 되기 전이나 후나 글 쓰는 느낌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독자라는 두 단어에 나의 글은 누군가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줄 수도, 차갑게 식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브런치 작가로 한발 내디뎠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한 명의 독자가 있다면, 나는 오늘도 작가의 걸음을 걸으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축하의 의미로 롤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글 쓰다가 단 것이 당길 때 드세요. 앞으로도 좋은 글과 시를 많이 쓰세요”라는 이웃의 말에 나는 점점 더 숙연해진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는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작가라는 어깨의 뽕보다는 작가라는 무게가 느껴진다. 나는 나의 펜의 힘을 믿기에, 독자를 향해 나만의 러브레터를 날릴 생각이다.          



  얼마 전 있었던 결혼식 뒤풀이에서 나는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나이 오십이면, 한 번은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고, 뭔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 후 온라인 마케터 일을 하면서, 블로그 운영도 하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라는 명함도 얻게 되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제자리였을 거 같다. 때로는 열정 앞에 나이는 거추장스러운 종이 같으며, 계속 내 눈을 가릴 거 같지만, 손을 뻗어 종이만 치우면 되지 않을까?           



  작가라는 봉오리는 이제 피웠으며,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꽃을 피울지는 모르지만, 작가라는 두 글자는 내 가슴을 진달래처럼 붉게 물들인다.          



오늘도 독자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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