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보다 먼저

계절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 겨울보다 먼저 찾아온 우리만의 설렘에 대하여

by 리틀영

겨울이었다.

눈이 펑펑 내렸다.


그날 우리는,

썰매를 타러 뒷산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썰매 타러 가자!" 하고 결정된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목도리를 단단히 감은 뒤 장갑을 끼고,

털모자까지 푹 눌러썼다.


모든 게 완벽했다.

단 하나, 썰매만 빼고.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우리는 늘 뭔가를 찾아냈으니까.


그날은 어디서 주워온 세계지도 한 장.

그리고 교차로가 우리의 썰매가 되었다.


교차로에 있는 잡지를 뜯은 것이 아니다.

잡지가 들어있던 그 딱딱하고 반질한 판.

그것을 떼었다.


"이거 떼도 되나?"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땐 뭐든 탈 수 있는 용기가 있었.

아니, 그 치기를 용기로 불러도 좋다면 - 용기였다.


얼굴에 신남을 가득 묻힌 채 누군가 말했다.

"가자."


동네 뒷산은 우리가 만든 놀이터였다.

그리 길지도 않고 경사가 아찔하지도 않았지만,

그 위에서 밀려 내려올 땐

세상이 다 들썩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려오기를 몇 차례

신발은 젖기 시작하고, 손도 얼어갔다.

그러나,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구멍에 빠져 눈범벅이 되어도 다시 올라가 또 탔다.

우리는 웃고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지금도 그 눈길이, 웃음소리가,

발갛게 언 친구의 볼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별거 아닌 날인데,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겨울.


첫눈보다 먼저 찾아오는,

어떤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