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 있던 길 위에 열린 계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봄, 완공을 앞둔 집 앞 도로.
차가 다니지 못하게 막아놓은 그 길은,
나에게 그해 가장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분명 처음엔 차도 사람도 없는 텅 빈 도로였다.
아마 그 사이를 지나다닌 건
바람과 개미뿐이었을 거다.
그런데 봄이 다가오며 도로 양옆에 줄 서있던
벚꽃나무들이 분홍빛 꽃을 피우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돗자리를 들고 모였다.
도로 한가운데가 벚꽃놀이터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한없이 평화로운 그 풍경 한가운데,
우리도 있었다.
돗자리 위에 둘러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별다를 것 없는 간식을 나누고
별거 없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이어갔다.
이따금 바람이 한차례 불면
벚꽃 잎이 돗자리 사이사이 스며들었고
그 위엔 그림자처럼 고요한 웃음들이 내려앉았다.
어느새 도로는 더 이상 내가 알던 도로가 아니었고,
우리는 그날 어디로도 가지 않고
완벽한 봄 한가운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