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까? 하고 내린 여름
시험이 끝난 날,
우리는 교복 차림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 어디까지 갈까?”
장난처럼 시작된 말이
진짜 여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버스는 익숙한 골목을 벗어나
낯선 풍경 속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제 내릴까?”
“여기서 내릴까?”
툭툭 주고받은 말에 맞춰 그 동네에 내려버렸다.
작은 폭포가 흐르던,
이름 모를 여름의 어귀에서.
사진을 찍자며 누군가 핸드폰을 꺼냈고
우리는 그렇게,
낯선 여름의 한 조각을 남겼다.
돌아오는 버스 안, 창문을 살짝 열자
초저녁 바람이 턱에 와닿았다.
피곤하다며 기대 잠든 친구 옆에서
나는 그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여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