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을 통째로 삼킨 물소리
계곡물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발만 담갔을 뿐인데 온몸이 식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너무 좋았다.
누군가는 도토리 껍질로 작은 배를 만들어 띄우고,
누군가는 바위 위에 누워 햇살을 먹었다.
그리고 한 친구는,
말없이 물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앉아있었다.
“너 추우면 나가.”
“나 안 추워.”
“너 입술이 파랗다고!”
그 말에 우리는 동시에 웃었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계곡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파래진 입술과 새하얘진 손 발을 가리키며
나는 다시 한번 나가길 권유했지만
그 애는 끝까지 안 나왔다.
차갑고 투명한 물속에서,
누구보다 평화로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 순간이 여전히 내 안에 담겨 있다.
여름의 물,
친구의 파란 입술,
그리고 웃음.
아무 말 없이 흘러가는 한 장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