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깔린 길 위에서
하굣길은 늘 같았지만 그날따라,
아니 그 계절 따라 세상이 조금 다르게 열렸다.
도로 옆,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
그냥 나무 몇 그루 있을 뿐인데
가을이 되면 거긴 '숲'이 됐다.
은행잎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을 전부 덮고 있었으니까.
그 샛노란 색에 이끌린 것일까?
그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노란 잎을 한 아름 집어 들어 서로에게 던졌다.
그때의 웃음소리,
가을의 냄새,
은행잎이 손끝에 닿을 때 바스락 거림까지 –
하나하나 기억난다.
고민도,
이유도 없던 순간.
그저 같이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