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걸음과 노래 한 곡, 주황빛 풍경에 물들던 저녁
목적지로 향하던 중,
너는 갑자기 핸들을 꺾었고,
차는 어딘지 모를 곳에 멈춰 섰다.
"여기가 예뻐!"
우리는 어리둥절했지만 아무 말 없이
너를 따라 내려 햇살 가득한 들판을 걸었다.
주황빛이 고요히 내려앉은 길.
사람들 발자국이 만든 좁은 길 사이로
풍력발전기가 보였고, 바람이 슬며시
옷자락을 스쳤다.
'왜 여기 멈췄는지 알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노래 듣자!"
누군가 말했고 노래가 흘러나왔다.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빛,
바람,
친구들
그리고 음악까지.
마치 이 순간을 기억해 달라고
누가 준비해 놓은 것 같았다.
"저 사이로 뛰어봐!"
내가 말했다.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러자 친구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은 길 사이로 뛰기 시작했다.
자체 슬로 모션을 걸고.
몸을 천천히 흔들며 진지하게 달리는 그 모습에
옆에서 보던 너는 물었다.
"이거 맞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ㅋㅋㅋㅋ"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 이렇게 오래 남는다는 건,
그 순간이 우리 마음을
딱 눌러 안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바람 부는 들판, 느린 발걸음,
그리고 웃음.
그 여름, 우리는
아주 느리게,
완벽하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