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복숭아를 깨물면
프랑스 여행 중,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지베르니.
나는 인상주의의 따뜻한 색채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모네의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어떤 풍경을 보면 이런 색이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가보기로 한 것이다.
수련이 실제로 피어 있는 그 물가에.
나는 이른 기차를 타기 위해 부스스 일어났고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에서 깬 친구가 몸을 일으켜 도시락을 싸주었다. 납작 복숭아 두 개, 바게트 몇 조각, 그리고 버터. 가방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단단하고 든든했다.
지베르니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내린 뒤엔 작은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했는데 그 길마저 예뻤다.
햇살은 쨍했고, 공기는 유달리 가벼웠다.
도착한 지베르니엔 모네의 집과 꽃으로 가득한 정원, 그리고 물의 정원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물의 정원을 마지막에 보기로 했다. 마치 아껴두는 사탕처럼.
물의 정원으로 가려면 짧은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 강한 햇살 탓에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뜬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이 풍경이 종이 위로 그대로 옮겨진 것이라는 것을.
연못 위로 핀 수련과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색은 흐드러졌고, 빛은 흘렀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고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그림 속 색을 상상만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물의 정원을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가방 속 복숭아를 꺼냈다.
달콤하고 말랑한 납작 복숭아.
그때 알았다.
다시 복숭아를 베어 물게 되는 어느 여름날,
이 풍경이 함께 떠오를 것을.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던 그 정원의 색,
기차 안에서 흔들리며 듣던 낯선 말들,
도시락 가방 속 납작 복숭아의 촉감까지.
그 모든 것들이 복숭아와 함께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