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들 (1)

11살의 나와 너

by 여름

(1)

나는 고작 11살이었다. 그렇게 아프고 고되게 학교를 다닐 나이는 아니었다. 이유는 없었다. 사춘기가 시작된 여자아이들의 한 명 쫓아내기가 시작되었을 뿐, 내가 거슬리는 존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처음에는 바뀐 담임 선생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순한 강아지 같은 인상의 미혼 남자선생님, 출산 휴가를 들어간 담임을 대신해서 온 사람이었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글씨를 잘 쓰는 내게 칠판 당번을 부탁했다.

그뿐이었다. 아니, 발표도 질문도 없는 내게 말 한마디 걸어보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나는 무리의 제일 끝에 선 여자아이였다. 그저 그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모두에게 다 맞다고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엄마도 담임도 4반에 가장 친한 유리도 몰랐다. 내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는 걸...


매일 아침 모두가 펼쳐놓은 바닥의 일기장이 화근이었다. 모두가 하루의 일을 다정한 새 선생님에게 보고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답글 하나를 받는 것, 그것으로도 여자 아이들 사이에는 질투의 시작이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일기를 썼다. 1학년인 동생과 2살인 남동생과 보낸 하루, 지루하고 똑같았지만 잔잔한 하루.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나는 똑같이 썼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던 5교시였다. 학교를 마치고 나와 실내화 가방을 찾았는데 없었다. 주변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주남이 무리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으며 신발장을 뒤졌다. 내 것은 없었다. 옆 반 복도에 내 하얀 실내화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고 까만 신발주머니는 다른 아이들 실내화 자국으로 회색빛이 되어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주섬주섬 내 물건을 집어서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깐 울어야지. 집에 가서 엄마가 알면 속상해하니까 아무 일 없는 듯이 가야지. 11살의 나는 작았지만 마음은 깊었다. 슬픈 것은 나 혼자 만의 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계처럼 폭발적으로 계속되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찢거나, 내 일기 공책을 가져가서 미리 읽고 나를 혼내거나, 내 신발에 침 뱉는 일은 능사도 아니었다. 어른들은 생각한다. 아직 앤 데 왜 그래~ 애들끼리 장난을 가지고 말이야. 하지만 애답기를 거부한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어른보다도 더 날쌔고 민첩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남을 괴롭히는 일은 그 애들에겐 쉬운 일이었다. 엄마에게 말하면 동생들을 돌보는 엄마가 너무 속상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고,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안타깝게도 일기를 먼저 본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일기를 쓴 페이지를 찢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일기를 쓰지 않는 아이가 되어, 교실 청소를 했다. 선생님은 의아해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일기를 쓰지 않거나, 거짓 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교사가 된 그의 눈에 나의 이런 사소한 변화가 의문을 제기할 만큼 크고 중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가 없는 채로 반 학기가 지났다. 마음으로 울고, 스스로를 탓하며 11살의 나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착하지도 좋은 의도가 있지도 않은 게 사람이라고... 내 마음 따위는 들키지 않은 채 오래도록 싸매여 있어야 한다고...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