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들 (2)

11살의 나와 너

by 여름

(2)

눈물을 많이 흘리면 결국에는 울지 않게 된다. 그렇게 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해가 바뀌었다. 나는 5학년이 되었다. 신이 계시다면 이래도 되는 걸까?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모두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풍물패에 열정이 있는 담임을 만나서 나는 의도치 않게 풍물패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그 아이들도 모두 풍물패에 함께였다. 학교에 있는 시간뿐 아니라, 오후에 연습도 가끔 주말에 나가는 연습에서도 그 애들의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5학년이 되어 꽹과리 수장을 맡은 남자애에게 관심이 쏠려 나를 잊은 것이었다. 그것으로 족했다. 나에게서 관심이 떠난 것이... 그리고 나도 숨 쉴 구멍이 생겼다. 4반의 유리가 나와 같은 반이 된 것이다. 유리는 그 아이들을 적대했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는 유리 이모가 말하는 '매너 있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저 마음속에서부터 그 아이들을 미워했다. 다만, 내가 또다시 마음이 다칠까 봐 그 아이들에게 사나운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을 뿐이었다. 유리에게 고마웠다. 내 세상은 유리만으로도 가득 찼다. 아무도 없던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그렇게 5학년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났다. 나는 그 아이들을 잊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를 괴롭혔던 아이들을 잊었다. 뻔뻔하게도 그 무리는 나에게 다시 사근사근해졌다. 꽹과리 수장을 맡은 주형이와 사귀게 된 주남이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형이와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마치 그 아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대했다. 또다시 무언가 입에 오르내릴만한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유리와 만든 작은 세계에서 별일 없는 하루가 나에게는 소중했다.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아주 작은 날갯짓이었다.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나도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하지만 늘 그렇듯,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주형이는 호기심이 많고 고집이 센 아이였다. 반의 리더가 되는 그런 남자애가 자기를 뭐 보듯 하는 여자애에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집요하게 말을 걸었다. 내가 지나온 4학년의 장황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나는 침묵을 택했다. 주형이와 잘 지난던 주남이가 태클을 걸었다. 왜 무시하냐고. 왜 너는 내 남자친구에게 대답을 하지 않냐고.


참았던 울분이 쏟아졌다. 나는 너희 둘 모두하고 말하고 싶지 않아. 나를 그냥 좀 내버려 둬. 제발 부탁이야.

늘 조용하고 소심하게 앉아서 선생님이 주는 프린트를 들고 칠판에 글씨만 끼적이던 내가 소리를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반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 죽는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속이 썩느니 한 번은 질러야 할 목소리였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물론 주남이도.

슬슬 내 눈치를 보다가 내 주위에 결계가 쳐진듯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히려 좋은 신호였다. 그 누구도 나를 이제 더 이상 만만하게 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누가 누구를 사귀고, 혼자 좋아하고, 차여서 울고 하는 동안 나는 13살이 되었다. 학교의 지시로 우리 모두는 그대로 6학년에 올라갔다. 풍물패를 죽어도 못하겠다고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극성 엄마 몇몇이 달려와 담임에게 항의를 해서 빼놓고 간 대여섯을 제외하고는 또다시 같은 정글에서 같이 살아가는 운명을 맞이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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