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아파트의 여자들
(2)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일이 터진 것이다. 사람들이 소음을 속속들이 듣고 있어서 괴롭긴 했어도,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사셔서 구급차가 왜앵하면서 새벽에 갑자기 출동하는 일이 있었어도, 경찰이 아파트에 오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니까, 생활 소음은 있었지만 생활 싸움이 없다고 설명하면 이 표현이 적절할까?
그 날도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가던 길이었다. 늘 담배를 피우러 시도때도 없이 쾅쾅 거리며 들락거리는 4호 여자가 경찰과 함께 서 있었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고 무언가를 묻고 재차 확인했다. 너무 궁금해서 옆에 서서 듣고 싶었지만 매일 성난 복어처럼 얼굴이 부어있는데다가 나 보다 키가 10센티는 큰 그 여자가 무섭기도 해서 얼른 복도를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음 속으로는 4호를 지나갈 때마다 궁긍증이 피어올라서 굴뚝 연기처럼 퍼졌지만, 나는 그녀와 한 번도 인사조차 하지 못했기에 물어볼 수는 더더욱 없었다.
내 궁금증은 의외의 순간에 풀렸다. 5호 여자가 개를 산책 시키러 나가는지 문을 열고 나왔고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밖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일면식이 있던 터라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여자는 마치 말할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 눈에 든 보석이라도 캐갈 듯한 시선으로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 아니이~ 4호 사는 여자 아세요?
= 아뇨, 전 잘 몰라요.
- 그 여자 진짜 또라이에요....
5호 여자는 긴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 관자 놀이 옆에서 빙빙 원을 그리며 말했다. 입을 다물려다가 뭐라도 대꾸를 해야할 것 같아서 입을 열었다.
=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이~~로 시작하는 말을 이랬다. 자기는 주중에는 없고 주말에만 오는데 중간에 누가 개를 봐주러 들락거린다고 했다. 그러니까 개는 온전히 주인의 손에서 길러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보살핌을 받는 중인데 안타깝게도 이 여자가 없는 날이면 특히 밤이면 개가 미친듯이 짖는다고 했다. 자기가 교육을 시키고 노력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거기까지 자기 변명이 구구절절 이어지더니 갑자기 4호 여자를 끌어들였다.
- 아니, 이 미친 여자가 개가 짖는다고 저희집 문을 쿵쾅 거리면서 발로 차고 초인종이 부숴지도록
누르는 거에요. 정말 무서워서 혼났어요.
=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 제가 막 사과를 엄청 하고, 롤 케이크도 가져다 드렸거든요. 근데... 그걸 너나 쳐먹으라면서 발로 뭉개서 저희 집 앞에 놔뒀더라고요. 그래서 경비실에 신고하고 저희 집 앞이 보이도록 씨씨티비도 설치했어요.
조심하세요. 진짜 무서운 여자에요. 몇 번이나 저희 대문을 발로 차고 가더라구요.
여자의 두려운 마음은 이해가 갔지만, 밤낮 짖어대는 개 때문에 우리도 잠을 못 자는 날도 더러 있었기에 속으로 조금은 통쾌했다. 하지만 경찰이 올 지경이라니...나같은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겠구나 싶어서 정말로 조심해야되는 여자가 맞긴하네 하는 생각 또한 나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