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 넷
다이어트는 누가 만들어낸 단어일까요? 찾아가서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고 싶습니다. 그래요. 저는 출산 후에 조리원에서 8키로를 빼고 (뺐다기에는 부기가 없어진 거 같아요.)나머지 5키로를 가지고 나온 '저장의 여왕'입니다. 어찌저찌 운동을 하고 약간의 식단을 통해서 3키로를 더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2키로가 남아있어요. 놀랍게도 미혼 시절 2키로와 산후 2키로는 너무나도 달라서 옷이 다 안 맞더군요. 옛날엔 몸을 구겨서라도 입을 수 있었는데요. 아 속상해라.
지난 주말에 새로 산 갤럭시 핏을 착용하고 뛰어보고 알았습니다. 제 몸이 너무 무겁다는 것을요. 그것도 단 4분씩 2번을 뛰었을 뿐인데 온 몸을 다리가 간신히 받쳐주어 뛰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매년 여름에 하는 다짐 '다이어트'를 또 하게 됩니다. 저의 다짐 중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1. 아이에게 소리지르지 말기 2. 남편에게 미운 말 안 하기 3. 간식 안 먹기 4. 우선 설거지부터 처리하기.....로 이어지는 한 100개 정도의 다짐이 있습니다. 거기에 다이어트가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 될 뿐이죠.
얄궂게도 날이 더우면 무거운 몸이 더욱 밉습니다. 땀이 왠지 더 많이 나는 것 같고, 시원하게 벗어제껴야 하는데 몸이 이러니 자신있게 맑게 시원한 차림을 할 수가 없거든요. 다른 계절에는 팔도 다리도 잘 가릴 수 있으니 그나마 체형커버(라기엔 온몸커버)를 할 수 있는데 여름은 그것마저 쉽지 않아요.
80년대 중반 여름, 분명히 2.6키로로 간신히 인큐베이터행을 피한 아기로 태어났는데, 지금의 저는 왜 이러는걸까요? 평생을 날씬한 우리 엄마도 그것에 대해 해명하시지 못합니다. 그저 좀 채소를 골고루 먹고 과자를 끊어야지. 라고 하실 뿐이죠. 이번 건강 검진 결과에서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정상(경계)를 받은 저는 처음으로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가족력이 있기도 하고 제 아기는 아직 어리기 때문이지요. 다이어트가 말처럼 쉽다면 제가 올 여름에 출산 전 옷을 다 입을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눈물나게도 저의 다이어트는 늘 '다시어트'가 될 뿐이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과자를 더 좋아하고 빵하고 떡을 준다하면 모르는 사람도 따라갈 저는 탄수화물을 줄여보자는 목표를 9월부터 가지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고지혈증인 남편도 눈에 밟히는지라 파로와 현미를 샀습니다. 거기에 검은콩이나 병아리 콩을 넣고 잡곡밥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간식을 끊으려고 시도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견과류 믹스 + 무염 을 샀지요. 하지만 몸무게는 줄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아서 아이스크림을 떠나보내지 못했거든요. 사실은 지금도 '저당' 아이스크림을 책상 위에 녹이며 맛있게 먹을 타이밍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을 저는 굉장히 신뢰하는 편이거덩요. 그래서 남편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단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와의 의리 때문에 아이스크림 살을 쌓아올린 그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자기야, 나 진짜 31일까지만 봐 줘라. 그럼 진짜 아이스크림 안 먹을게." 아이도 여름 내내 아이스크림에 음료수를 평소보다 조금 더 먹었더니 살이 통통하게 올랐더라고요. 저 바다건너 멀리서 친정 엄마의 잔소리가 들립니다.
가족 건강은 엄마에게 달려있으니까 니가 정신차려야지!! 저는 친정 엄마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여름에게 동의를 구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여름아, 내가 매년 다이어트를 너와 약속하는데 잘 되지 않았고 올 해도 그 다짐이 별 소득이 없어.
하지만, 내년에는 진짜 달라질게. 그러니까 이번 주 일요일까지만 아이스크림 먹게 해 줘라.
그리고 내가 더위때문에 아이스크림 더이상 먹지 않도록 너도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좀 사라져줘라. 알겠지?
우리 서로 다짐한거야!! 동의하면 얼른 댓글 달도록 하렴. 안녕.
저는 이렇게 여름을 떠나보냅니다. 저의 다이어트 다짐과 함께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