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부터 5까지

by 여름

1.

적어 놓으면 몇 줄 안 될 문장들이 입으로 말하기에는 고통스러운 순간도 더러는 있는 것이다.


2.

비행기 보딩패스를 발급 받는데 화요일인데도 사람이 많다. 한 명은 오래된 승무원 같고 다른 한 명은 트레이닝을 받는 직원인지 명찰을 달고 있다 내 앞의 손님이 좌석을 바꾸는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컴퓨터도 갑자기 멈춰 버리고 아직 일이 익숙치 않은 아가씨는 당황함을 감추며 발권을 계속했다 내 뒤의 아저씨가 큰 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밖에 일을 할 줄 모르냐며 사람들이 꽉 찬 줄 가운데서 소리를 지른다 그 뒤 편에 서 있던 아기 엄마는 한 설 더떠서 앞 쪽까지 쫓아나와 왜 그렇게 융통성없이 일을 하냐고 나무라면서 아저씨의 화에 힘을 실어준다. 채 오분도 되지 않았을 기다림. 비행기 탑승 시간에 가까스로 맞춰 나온 본인들의 잘못을 잊은 채 애꿎은 승무원을 물고 늘어진다. 티켓 발권이 끝나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 아가씨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약국에서 비타민드링크을 사다가 두 승무원에게 건네고 그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른 아침 하루의 시작,, 한 번의 고함으로 하루 왠 종일 마음이 상할 것이 안타까웠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승무원을 준비했었다. 지금은 은행을 다니지만 내 친구가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난 별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천원짜리 음료수 한 병 건넨 것인데 그 아가씨는 눈물을 쏟을 것 같이 그렁그렁 해서 고맙다고 했다 저 사람이 내 딸이었다면 친구였다면 아는 사이었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매정하게 그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 그런게 아니다 어제 밤에도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엄마 속을 긁은 게 나란 못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새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무심코 행한 내 말들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내가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안 그래도 아프고 힘든 일 많은 세상에서 조금만 남을 배려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남들의 삶의 조각이 결국 내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조심할 수 있겠지 , 나부터도 말이다. 분명 그렇게 살아가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세상은 분명히 밝아질 것이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3.

감자랑 고구마를 구워먹을때 말야. 반짝이는 호일에 싸서 굽잖아. 그럼 감자는 하얗게 포실한 속살이 나오고 고구마는 노랗게 녹아내려서 입에 감돌잖아. 근데 사실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모닥불에 던져 놓는 감자랑 고구마를 먹을 때 더 맛있다는 거 알아? 겉은 좀 더 시커멓게 타 버려도 속이 알짜배기로 익거든. 그리고 뭣보다 시커먼 재를 뭍히고 먹는 얼굴을 서로 보면 웃음이 절로 나거든.


호일에 싸인 내모습보다 까만 내 헛점을 웃어 넘겨줄 누군가가 필요해 그리고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깎아내리고 싶을만큼 우스운 나를 떠나지 않는 거. 나한테 필요한건 그거야. 바로 그거.


4.

내가 마냥 작은 애벌레 같아서 속상한 날들이 더러는 있다 그건 우리가 나비가 될 것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걸리적 거리는 발도 많고 주름진 몸뚱이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추고 싶을만큼 못난 시간이 지나야 손으로 잡아 보고 싶을만큼 화려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 풀잎을 먹으며 느릿느릿 기어가는 내 인생을 씩씩하게 지나가는 사람만이 온 몸을 녹일만큼 달디단 꽃 속에 꿀을 맛 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 버러지같은 삶은 버라이어티한 삶의 예고편임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애벌레의 삶도 나비의 삶도 모두 당신 것임을 잊지 말고 말이다


5.

항상 사람들을 고맙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내 마음에 미움이 생긴 사람은 벌이 되지만 내 마음에 고마운 이는 내게 별이 된다 벌떼가 몰려 와 온몸을 쏘아대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별떼가 몰려 오면 내 인생은 누구보다 빛이 나 또 다른 별들이 내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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