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빨간 맛~ 궁금해 허니~로 시작하는 노래가 인기 차트를 강타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아이돌도 잘 모르고 관심도 그닥 없지만 그 노래의 시작점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맛을 설명하기 딱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해보면 까르보불닭, 떡볶이, 순대곱창볶음, 감자탕이 떠오른다. 다들 대단한 빨강이들은 아니어도 빨강을 숨긴 '힘순찐'이 아닐 수 없다. 이 음식들 중에서 나는 떡볶이를 매우 선호한다.
여자들은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도 여자가 맞는가보다. 스트레스가 가장 극에 달했을 때는 떡볶이를 먼저 주문한다. 사실 요새 배달 떡볶이는 너무 비싸고 취향에도 맞지 않아서, 나는 밀키트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에 먹었던 것중에 맛있던 것은 은이네 떡볶이 (개그우먼 송은이 판매), 미로식당 국물 떡볶이(컬리에서 구입가능), 애플하우스 떡볶이(마찬가지로 컬리구입) 정도가 되겠다. 이것들 중에서 가장 입맛에 맞았던 것은 은이네 떡볶이인데 적당히 달고 적당히 매콤해서 입맛을 돋웠다. 그리고 같이 파는 튀김도 있는데 둘이 함께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보다 더 스트레스를 날려 줄 맛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머지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미로식당은 식당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던 떡볶이가 맛있어서 밀키트로 나왔다고 들었고(적당히 대중적인 맛인데, 인공조미료 맛이 강하게 난다.), 애플하우스는 워낙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내 입맛엔 너무 자극적이라 1회로 만족) 최근에 먹지는 않았지만, 시키면 인기가 있어서 잊을 쯤 온다는 건강한 떡볶이 '사과 떡볶이'(밀떡)도 추천한다. 먹고 탈 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고 속이 부대끼지 않았다.
빨간 딸기, 토마토, 사과처럼 싱그러운 것들도 있는데 왜 하필 그렇게 맵고 빨간 음식이 당길까? 나는 위와 장도 약해서 탈이 나기 일쑤인데 말이다. 우선 나는 매운 음식을 먹으며 나는 땀이 좋다. 선풍기를 미풍으로 켜두고 땀을 식히며 먹는 빨갛고 약간 매운 음식은 내가 정말 어른이 됐구나 느끼게 해 준다. 땀을 흘리며 먹는 행위 자체가 '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그러면 나 스스로가 기특하다. 그리고 먹고 나서 살짝 걸으며 소화를 시키면, 오늘 한 가지는 충분히 해냈다는 기분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또한 좋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빨간 옷이 없다. 빨갛다고 말할 수 있는 아니 빨간 것의 친척 정도인 분홍색도 거의 없다. 작은 파우치 정도 분홍색이지, 나에게는 그렇게 강렬하고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색이 없다. 그것은 내 인생을 색깔로 칠해도 비슷한 결과값을 줄 것 같다. 고개를 돌려 내 옷장만 봐도 검정, 네이비, 스트라이프, 흰색, 베이지, 하늘색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이 아무리 소심하고 유약하다고 하더라고) 자신만의 뜨거운 마음이 저 구석에는 살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지 아닐지는 개인의 몫이지만, 나는 그 뜨거움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먹는 것에는 시뻘건 것도 탈이나기까지 도전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모든 것에는 무채색이나 단조로운 색깔을 선호한다. 촌스럽고 싶지 않고 튀고 싶지 않아서다. 아마도 내가 빨간맛을 좋아하는 이유도 나의 인생 색채 도감 안에서 열정적인 무언가 하나를 갖고 싶은 마음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까르보불닭을 점심으로 먹게 만드는 아들과의 언어치료와 소아과 방문이 오전 일정으로 있었다.(스트레스 아시죠?) 변함없이 선풍기는 미풍으로 고정하고 약간의 땀을 흘리며 라면을 먹었다. 냉장고에 붙은 건강검진 결과지가 눈에 들어와 애써 고개를 돌렸다.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먹었다. 왜냐하면 내일 친정엄마가 오시기 때문에 미리 나의 즐거움을 당겨쓰느라. 나의 즐거움을 기꺼이 쓰려면 더 건강한 생활을 해야하긴 한다. 지금은 너무 나태하니까.
나도 안다. 방금 불닭볶음면 먹은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하하. 하지만 어쩌겠나. 내 마음 안의 불은 스트레스로 수시로 켰다 꺼지고, 내 옷장은 단조롭기 그지없으니 이렇게라도 나의 열정을 푸는 수밖에... 나의 빨간 맛은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오래도록 먹고 싶은 색깔이고 맛이다. 인생 뭐 있어? 맛있는 거 먹고 마음 편히 사는거지. 라는 어떤 어른의 말을 빌어 오늘 나의 점심을 합리화 시킨다.
그럼 이만 마무리하고 집정리를 하러 간다. 오늘의 빨간 맛.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