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6부터 20까지

by 여름

16.

누구나 타인의 아픔에는 관대하다.


17.

잘못 삶은 돼지고기 보다 더 퍽퍽 한 삶을 씹어 넘겨야 할 때에


목구멍을 타 들어가게 하며 연육작용을 돕는 소주 반 잔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될 때에


마냥 절망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건


다음 번엔 야들야들하게 삶아질 돼지고기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물은 사라져도 끝까지 우리 민족 혈통에 흐를 소주의 강 때문일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후에 등장한 지구상에 남은


최고의 궁금증 신은 알까.


18.

외로운 사람에게 가 외롭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 보다

말 없이 그 옆에 앉아 있는것이 좋고

슬픈 사람에게 가 눈물을 그만 흘리라는 하는 말 보다

새로 산 셔츠의 어깨 귀퉁이를 내어주는 게 아름답다.

몸짓은 말보다 더 정교하고 깊을 때가 있다.

수화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다양한 표정을 가진 것은

그들의 손끝이 울고 웃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9.

고민이 있다는 거 들켜도 돼요


그래야 내가 가서 어깨를 잡아주죠



울고 있다는 거 누군가 알아차려도 돼요


그래야 당신도 누군가 울 때 안아주죠



안 그래도 비밀이 많은 세상.


우리까지 비밀을 만들지는 말아요.



비밀은 멋있는게 아니라 외로운거니까요.


20.

먼 곳에 살다보면

먼 것에 익숙해진다.

가까움은 항상 좋지만

언제나 백점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