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부터 95까지
91.
식어버린 국에
뜨거운 밥을 말아도
미적지근한 온도에
허기진 위장만 화가 날 뿐이다.
식어버린 마음에
뜨거운 입술을 부벼도
미지근한 사랑에
허약한 심장만 울어버릴 뿐이다.
간을 맞추지 못한 것보다
온도를 맞추지 못한 것들이
버림받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말이다.
식어버린 모든 것은 이상하도록 맛이 없으니까...
그게 음식이든 사람이든 손대기 싫어지니까...
92.
남들이 별 생각없이 던져놓는 불평들이
나에게는 행복으로 비춰질 때 비참하다.
다만 때가 아니라 내가 가지지 못한 '불평'임에도
그들의 넘쳐 흐르는 불평의 물결이
한 방울이라도 턱 끝에 닿으면
그것이 내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아서
가끔은 적당히 몸을 맡겨 그것들에 빠져본다.
살수록 알 수 없고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아
나만 이상한가 유난스러운가 마음이 쪼그라든다.
행복이 좋으면서도 두려운 건 나 뿐만이 아닐거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에 토닥여본다.
하루를 잘 보냈다 나도 하고 말이다.
딱 그만큼의 안정감으로 말이다.
93.
외로움의 허세 넘치는 동의어
= 반짝반짝 빛나는 네가 눅눅한 아몬드 같은 일기를 쓸 때
94.
여자들의 세상엔
의미없는 연락이 존재한다.
남자들의 세상엔
의미없는 연락이 멸종됐다.
95.
솔직함은 잠깐의 아픔을 주고
길고 긴 평안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