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부터 150까지
146.
새로운 것에 스트레스를 받던 어린이는
길도 가던 길만 가고
장애물이 제일 없을 시간과 공간을
본인도 모르게 계산하여 다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던 학생은
생각보다 많은 과자들을 생일날 안고 들어와
모난 딸 걱정하던 엄마를 놀래키기도 하고
엄마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해맑은 웃음과 말수로 싹싹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너도 시집가서 자식 있어봐 라는 말이
아직 멀었어라고 느끼던 청춘은
집에 돌아오는 30분 거리의 운전길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기다린 엄마의 하루를
조금 더 이해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147.
우리도 잘 알아채지 못하지만
놀라운 일이 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을 기억할 때엔
그 날의 바람 너의 옷차림 희미한 냄새
별것 아닌 농담들도
인상깊었던 영화처럼 두둥실 떠오르는데
힘들고 아팠던 일은 쥐어짜내어 담아도
색깔 냄새 공기 모두가
그랬었던가하고 희미해진다는 사실이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혹여나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그래서 살만하고 그러기에 살 수 있어
지구에 사는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다.
148.
모든 관계에서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인간이니
그런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런 마음이 한 번 두 번 세 번
들다가
마음이 차올라서
입으로 그 말이 나오고
푸념이 되어 상대를 짜증나게 하기 전에
우리가 어릴 적 하던
그 놀이를 하는게 좋다.
'그대로 멈춰라.'
떨어져 있어도 좋고
그냥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나 없이도 살아가는 그들을 바라보자.
내가 꼭 있어야 살아갈 것만 같은 존재들은
실로 내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되도록
늦지않게
아는 것이 나에게 그에게 행복하다.
149.
만날 때 반가운 사람 보다는
헤어질 때 아쉬운 사람이 되고 싶다.
기계적으로 만나서 웃는 일이 많지만
헤어질 땐 늘 진심이 드러나기 마련
150.
사랑은 껍질이 아주 많은 과일 같아서
누군가는 끝까지 벗겨내어
과일맛을 보고
또 누군가는 껍질에 질려
손가락 하나 쓰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아무개는 반쯤 벗겨내다
버리기도 하고
마음 급한 그 사람은 억지스레
칼로 반을 갈라 보기도 한다.
누가 누구를 이야기 할 수 있나
사과를 쳐다도 안 보아도
사과를 껍질 채 먹어도
사과를 반을 갈라 먹어도
사과를 하얀 속살만 먹어도
각자의 방식인 것과
사랑은 같은 방식인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