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41부터 145까지

by 여름

141.

좋은 사람 옆에

사람이 없을 때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라고 늘 사람이

곁에 있는 건 아니예요.


살다보면

좋은 사람인데도

옆에 그저 '사람'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인데 옆에 사람이 없고

당신도 좋은 사람인데 곁에 사람이 없으니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말이예요.


142.

글자가 빼곡한 자판을 넘나들어

화가 잔뜩 났다가

조금은 상한 기분이 남은 눈빛으로

못이기는 척 손을 잡으면


자판위로 날뛰던 마음들이

소복소복 내려앉아

내가 서운했노라고 들릴듯 말듯

이야기하면


우리는 딱 그 소복히 쌓인

미움만큼 가까워져있다.

그 작은 등성이를 밟은 높이만큼


143.

사람 사이에 쿨하다는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멋지다는 말이기도 하고

시원스레 상대를 잊는다는 말 같기도 한데


분명히 서로를 지나간 마음이

감정이 말들이 길을 만들었을텐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쿨 하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건가요?


정확하게 쿨 하다는 걸

설명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


맥도날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참 좋아하는데

가끔 더 타락하고 싶을 때

초코콘을 주문하고 물끄러미 보잖아요


그럼 분명 흐물거리며 녹아있던

초콜릿에 훅 빠졌다가

갑자기 냉각시킨다고 급하게 굳히면

그게 참 맛나긴한데

아이스크림이니까 되지 싶어요.


사람 맘은 그렇게 안 될거예요.

적어도 나는 못 그럴 거 같아요.


144.

진짜 괜찮을 때만

괜찮아요. 말하는 거라고 배웠고

아주 어릴 때는 그렇게 말했는데


학교엘 다니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졌었고


내가 괜찮다고 말하면

누군가 울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차리는 일들이 생겨났고


가슴팍을 찢어 열어

나 안괜찮아 하고 웅크린 나를 보이고 싶은 날에도

괜찮아 라고 어깨 쫙 편 내가 대신 나오는 날들이 쌓여갔다.


기왕 어른이란게 되어 버려서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게 좀 억울한 날에는

"너는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는 건 어떨런지


그럼 어느 날

안 괜찮아 ! 하면서 웅크리고 때뭍은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145.

먼지 쌓인 방 구석 사이에

벌레가 날아 들었는데

반딧불이였습니다.



저렇게 형광 노란색으로

빛을 비추는지 알지 못했네요.


나는 한 줄이라도

누군가를 향해 빛을

비출 수 있는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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