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36부터 140까지

by 여름

136.

책도

티비도

라디오도

멋지다 못해 죽이는 이 경치도

사람이 곁에 없으니 별로다.



물어 뜯으며 싸우고

소맥으로도 풀지 못하는 응어리에

소문으로 질겅질겅 씹히는 날들이 잡아삼켜도

결국 그리운 건 사람


옆에 있음 괴롭고

곁에 없음 외롭고

사람이 제일 재미나다.

인간이 가장 흥미롭다.


137.

사는게 다 그런거지

육십 넘은 이가 그리 말하면 위로가 된다.


사는게 다 그렇지 뭐

서른 넘은 이가 말하면 공감이 된다.


사는게 다 그렇죠 뭐

스물 언저리의 이가 말하면 간지럽다.


제 나이를 한 번 건너 다시 또 건너뛴

누군가는

학력과 성질머리와 부에 관계 없이

어느 한 구절에선 스승이 되어준다.


138.

놓지 못하는 것들


다 상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는 마음

카드한도에 걸려 사지못한

가방을 그리워하는 마음

늘 다이어트인데 오밤중 때맞춰 생각나는

빅맥세트가 먹고 싶은 마음

이제는 남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니가 잘 지내길 바라는 미련스런 마음


작정하지도 않고 들어간 미용실에서

잘라낸 머리카락이

나보다 훨씬 예쁜 여자가 들어도

중간밖에 못 가는 그 가방이

먹고나면 트러블 밖에

남지 않는 지난밤 햄버거가

막상 부딪히면 먼저 새초롬하게

고개 돌려버릴 너란 존재가


생각보다 쉬우면서

생각만큼 복잡해서

놓다라는 말이 자주 참 어려워.


139.

더이상 안다 라는 말을 쉽사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곁에 잘 두지 않는다.


나도, 알 것 같아 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거기엔 전제가 늘 따른다.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런거다.

유럽여행엘 다녀와서 젤라또 같은 아이스크림에

심취한 친구가 그 천연의 달콤함을 설명할 때

유럽은 커녕 그걸 듣도 보도 못한 내가

주방 선반 위에 놓인 하얀 설탕을 찍어먹으며

아 그거 달지.라고 이해하는거다.


더이상은 날 부럽다는 사람도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도

정말 부비는 내 사람 아니면

심드렁해지는 게 나만일까.


140.

뭐해요

라고 동시에

보낸 메세지가


인연이라고 생각할만큼

어리지도 않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궁금한 마음으로


같은 글자판을

눌렀을 생각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은 설레는게

더워서 그런건 아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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