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31부터 135까지

by 여름

131.

사랑

이라는 말을 몰랐을 때

나는

사랑

이란 걸 온 몸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


사랑해요

라고 말할 수 있었을 때

나는

사랑해요

라는 글자정도 쓸 수가 있었대


사랑

이란게 주는 거란 걸 알고

나는

이란 걸 봉투에 담아 건넬 수가 있었네


그런데


사랑

이라는 걸 가르쳐 준 엄마에게

내가

가장 사랑.

인 순간은

아마도

말도 글자도 봉투도

아니라,

그냥

맨몸뚱아리로 이 세상에 온

나 였는지도 모르겠어


132.

직장인은 대학생에게

방학 때 아니면 못해


결혼한 사람은 싱글에게

결혼하면 시간없어


아이가 있는 부부는 신혼부부에게

신혼여행이 마지막


다 키운 부부는 이제 막 키우는 부모를 보며

한창 힘들 때지


그 말이 다 틀리지 않아 귀를 쫑긋

그런데 꼭 모든 것이 지나가버렸어 라고

들려, 심술궂은 나에겐 가끔은 별로


어느 시절

그 촉감, 냄새 그리고 빛

베스킨 라빈스 보다는 더 많을 텐데


그 때가 좋았지

뭉뚱그려 눌러

소풍날 물병에 찌그러진 김밥처럼

못생긴 말들을 뱉고서


너무도 달라질 인생이 무서운 날

애써 비슷할 거라 믿으며

못난 위안하는 건 아닌지


애어른인 내게도

언젠가

어른의 날이 선물처럼 온다면


즐겁게 재미지라고

가장 행복하게 꼭 누리라고

봄밤처럼 포근히 이야기할 수 있다면


133.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가끔은 내가 그들이 된 듯

착각하다가



부러울게 뭐 있나 싶은 내 인생들을

잘게 조각내어 바라보면서

가끔은 누군가 내가 된 듯

착각을 받기도 하다가



부러움이 부러움을 낳고

돌아 돌아온 눈길이 이어져서,

나의 앞에 그들이 서고

누군가 앞에 내가 서고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서고




알고보면 둥글게 둥글게

서로를 감싸안고

부러워하며 사는



앞 뒤가 정해진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서로

앞이기도 뒤이기도 한

오늘. 내일. 그리고 인생


134.

달콤한 말에 속지 말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그 사람이 주변과 이루는 관계를

잘 지켜봐요.


그 사람을 보고 찾는 눈은

결국 선생님 실력이예요.


동료 K로부터


135.

너무 소중해서

덮어만 두고 꺼내보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쥬쥬 인형 하나로도 좋아서

2층 인형집은 꼭 천 보자기로 덮어두고


열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엔

꼭 열쇠로 열어야만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적어두고


어쩌다 성적이 좋은 날엔

숫자가 도망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가방 가장 안쪽에 담아오고



어린 아이가 아니라서,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그러는 건 아닌거 같아요.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보기가

코로 슬쩍 들이마시기가

안타까운 추억들도


내 마음이랑은 다르게,

가끔


삼켜야 하는 날

잊어버려야 하는 날

하루 이틀 생겼거든요.


한 번에 빚은 꽃잎마냥 곱고,

사정없이 부드러운 시간들에

빠졌다가도


모든 감각들을 치켜세워 본들

붙잡을 수가 없을 때에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선

총총거리며 내 옆을 지나는 걸

보기만 하는 날도 더러는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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