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부터 215까지
211
인생을 미리 알려줬어도
겁 내느라 움츠러들어
제대로 살지 못 했을 거고
또 아주 많이 알고
동서남북 경험했으면
으쓱대느라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을 거야.
자기 생에 알맞은 모양이
다 다르게 있을 것만 같다.
다만 그 모양에 맞추기에
내가 크거나 작을 때가 있고
차마 그 모양새가 나야? 라고
의심하면서 여러 날 울고
왜 지금 당장은 안 맞는거야!
소리 지르면서 난리를 피웠겠지.
가늠하느라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앉은자리 인생 말고
나날이 아픈 도가니 두들겨 가며
어떻게든 걷는 인생으로 살아야지.
밤은 길고
낮은 밝고
서툴고 아름다운 시간은 갔지만
여전히 젊어서 열에 일곱은 좋을 때야
말해주는 지금을 친구 삼아서
자분자분 속도를 내보자고
212
- 언제 그 사람을 알아봤어요?
내가 그 사람 앞에서
엉망진창으로 울어도 된다고
생각했을 때요.
- 그게 왜요?
그 사람이 내 앞에서
무너지면서 울어도
나도 두고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내 눈물에 관해서 시작했지만
너를 감당할만한가로
진짜 시작을 알 수 있는 것
울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
일생에 몇 명이나 옆에 둘 수 있을까요?
213
버스 기사가
내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자꾸 앞으로 나오냐고 말했다.
여자는
다리가 불편하고 왼손이 안으로 굽어
펴지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내리기 쉬우려고 앞으로 자리를
한 칸씩 이동한 듯 했다.
기사는 안전을 위해서
여자는 덜 불편하기 위해서
그랬을거다.
양쪽의 입장에선
각자가 맞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모양인데
어느 한 쪽을 택하기가 어렵다.
둘 중 하나
흑과백
세상엔 칼로 자른 듯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이라
어떤 일에도 절대라고
말하지 못 하는 날이 많아진다.
214
미워하는 것도
마음을 쓰는 일이라서
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되도록 사는 동안
누군가를 많이 미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다 쏟아서
미운 감정으로 가득 채우고
다시 눈물과 화로 비워내면
제자리니까
그럴거면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기쁘고 충만한 마음으로 채우다가
서서히 줄어드어 제자리로
돌아가는 눈금을 보고 싶다.
215
곧
이내
언젠가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 중에서
실로 나와 당신이
했고 누렸던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생각보다
정말 미미해서 놀랐습니다.
오늘
지금
잠깐의 유혹이
달려올지라도
다시 할 수 없고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하는
속절없는 마음을 조금 덜 만나고 싶어서
사진첩을 보다가
남은 며칠을
잘 챙겨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미 만났던
내일부터 만날 나의 모든 이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