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부터 230까지
226
제주도 운전기사는 불친절하다
운전도 난폭하다고 유명하다
그런데 장날이고 길 모르는 외국인들
태우느라 늦은 그들에게
불평을 퍼 붓는 누군가가 있고
시간을 맞추려 과속하는 그들에게
난폭하다고 욕하는 이가 있고
그렇게 불씨가 타고 있는 운전 기사앞에
길 모르고 어정쩡한 아가씨들이 반대방향
버스를 잘못타고 우물쩡 거리다가 혼이난다.
처음부터 누가 난폭하고
애초부터 누가 나빴을까 ?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원인 제공자
모두에게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사는게 어렵고 숨이 가쁠수도.
227
왜.
자고 일어나면
모든 감정들이
봄비 맞은 머리카락처럼
착 가라앉기 마련인데
슬픔이란 녀석은
눈 뜨고 새로이 맞이하는
찬란한 이 아침마저도
씹어 삼키는 힘이 있는건지
가슴이 두근거려서
일어난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깜빡여도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건지
내 마음이 믿어지지 않는 날이
1년에 몇번은 온다.
228
그게 무엇이든
남들이 다 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일 때
제일 빛나고 아름답지
229
서른 언저리 즈음 되고 보니
나는 내가 바라던만큼 찬란한 사람이 아니더라
너무도 무탈하고 따뜻하게 자란 사람보다는
까칠하고 따져물어 굳은 살 내보이고
밥벌이가 버거워 가끔은 항공권을 검색하고
떠날 궁리에 달력을 쳐다보는 사람
너무 힘들게 살아서 먹고만 살아도 좋다는 사람보다는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고
물 많이 부은 계란찜처럼 부들부들
세살물정 모르는 까막눈으로
통장잔고를 바라보는 사람
매번 다짐해도 불만이 많고
매일 감사일기를 써도
못난 나랑 헤어지기는 어려운 사람
그렇게 왔다갔다 나는 그네를 탄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착한 사람 말고
어린이에게만이라도 무미건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230
택시를 탔다.
택시 창문 틈 사이로
풀냄새가 난다.
여름 냄새가 분명하다.
눈으로 볼 것이 작아지는 밤
냄새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