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31부터 235까지

by 여름

231

남에게 미안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너무 노력하다보면

인생에는 정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


남을 화나게 하는 일도

남을 언쩒게 하는 일도

살다보면 생기는거야.


이런 일이 생겨서 가슴 졸일 때마다

네가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기억해


232

외로워도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려요 ?


수학자는 말했다.


ㅡ 나는 0과 1만 가지고도

수만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아직 그건 가설조차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라고


233

눈치가 없어 귀여운 사람이 있다.

눈치가 없어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다.


이건 꼭 태생적으로 탑재된 무기같아서

나는 그런 사람이 부럽다.


어차피 어른행세를 하며 살아야 한다면

내곁에 그런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어주면 좋겠다.


234

별 일 아닌게

마음 속에 들어와

나를 괴롭힐 때

큰 건 그냥 너무 커서

감당이 안되니까

널부러져 포기라도 하지만

작은 놈들은

벌레처럼 마음을 갉아 먹는다

이럴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이

괜찮아 별일 아니야

말해주면

마음 속 벌레가

잠자코 자리를 잡고

잠자기 시작한다.

마음엔 살충제란게 없어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괜찮아,

별 일 아니야.

마음을 울리는

차분하고 위로가 되는 목소리


235

우리는 태생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지구에 태어난다.


하지만

세상이란 곳에서

과연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까

라는 한 가지 동일한 주제로

배우고 시험을 치고 남의 앞을 질러

달려가는 동안

우리의 그 대체할 수 없는 에너지는

모두다 소멸되고

결국엔

직장인으로 살거나 어른이 되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다 커버려

더 이상 자리지도 못하는

어른이란 사람들이

마음 속에 좋아하는 스타를

하나 둘씩 두는 것은


사실 그 사람의 지식이, 눈빛이,

혹은 노래가

좋아서라기 보단


그들만이라도

나를 대신해서

이 지구에 필요한 그 에너지를 지킨 건 아닐까?

하고 상상하며 바래어보는 걸거다.


나에게도 그 사라진 힘을 좀 나눠달라고

아직 미련한 꿈을 버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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