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나를 포기하려 했다

계속 실패하던 스물넷

by 소소


나는 20대 초반 계속 되는 실패에 반년동안 내방에서 온라인 게임만 했던 적이 있다. 24살이었다. 수능을 3번 쳤고,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 편입시험을 2곳 넘게 쳤으나, 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편입시험에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 원하는 대학은 모두 영어 성적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어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나의 자신감 떨어진 모습을 보고 “정신병원 가서 치료 받아라”라는 말에 크게 상처를 받고 내방에 숨어버렸다. 나의 시도는 모두 무용지물이었고, 또 나의 노력은 모두 상처로 돌아와서 온라인 세계로 나는 회피했다.


반년 동안 그 누구도 안 만나고, 부모님은 이런 나를 안타까워하셨다. 반년이 지나고 온라인 게임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나는 갑자기 이대로는 내가 안타까워보였다. 나는 나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때마다 서점을 가곤 했다. 바깥세계로 반년만에 간 곳이 바로 서점이었다. 책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끌리는 대로 책을 펼쳤는데, “내가 힘들때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도와라”라고 적혀있었다. 그냥 그 문구가 내눈에 보였다. 난 그 문구를 따라가다보면 내가 살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없고, 행동으로 지금 상황을 이겨내고 싶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봉사활동을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 바로 “야학”이라는 곳이었다. 정규과정을 못배우신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대부분 선생은 대학생이었고, 직장인도 있었다. 반은 기초, 초등, 중등, 고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나는 초등반 한글과 산수를 맡았다. 대부분 시장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이었고, 20명정도가 내가 맡은 학생들이었다.


반년만에 일주일에 한번 바깥 세상에 발을 내딛은 곳에서, 나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나의 나이 많으신 학생분들은 정말 따뜻하고, 열정적이었다. 새해에 찾아갔던 야학은 추운 한 겨울이었지만, 1월 내내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몇번의 실패에 더이상 아무것도 안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70대 어르신들의 열정은 나에게 “괜찮아, 다시 해봐. 넌 지금 무한한 가능성이 있잖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다시 편입시험 도전을 했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또 무한 취업시험 도전을 하였다. 그리고 대학생활과 취업을 하면서 야학 교사도 함께 했고, 또 운영진도 맡아서 예산관리를 했다. 그렇게 입사전까지 4년 가까이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나보다 열정적이었던 학생들과 함께 했다. 나의 학생들은 초등과정부터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합격도 하였고, 영어를 읽게 되셔서 영어로 된 가게 간판을 읽으신 분들도 계셨다.


봉사활동을 하는 4년 동안 나는 다시 살아났고, 또 뭐든 도전을 다시 할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원하는 직장도 가졌고, 인생이란 또 다른 고난을 데리고 다시 찾아오곤 한다. 그럴때마다 무너졌던 나에게 소중한 열정을 되찾게 했던 나의 학생들의 미소를 떠올리며 다시 나는 일어난다.


이번에도 어려운 일이 다가올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나고, 또 나만 일어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며, 함께 일어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것이고, 살아가기로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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