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어울리는 와인 찾기는 계속된다.
오늘 저희 집 저녁 메뉴는 '잔치국수'였어요.
고랑이에게 새로운 한국음식이 될 잔치국수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은 후,
지난 주 부터 한인마트에 들려 육수용 멸치와 다시마, 제가 좋아하는 진공 소면을 사다 두었어요.
그러다가 아무래도 직업병(?) 때문인지 문득 드는 생각-
"잔치국수와 어울리는 와인이라...'
'잔치국수와 잘 어울리는 레드와인'.
혹시 바로 생각나는 와인이 있으신가요?
잔치국수라면 살짝 데운 사케나 혹은 소주 한잔을 반주로 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메뉴죠.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은 소주가 10불 가까이하기도 하고, 한인마트가 차로 2시간 거리이다 보니 소주는 어려울 것 같고... 집에 가지고 있는 화이트 와인들 중 고민을 하다가, 점점 추워지는 이곳 날씨 때문인지 풍미 있는 레드와인이 좋겠다 싶었어요.
보통 산지오베제 포도 품종의 와인들은 한국 음식들과 대체적으로 잘 어울리는 와인들이 많지만,집에 있는 와인들 중에서 조금 색다른 페어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지고 있는 몇몇 프랑스 와인, 스페인 와인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최근에 다녀왔던 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스팅을 하면서
정말 마음에 쏙 들어 단번에 집어 들었던 와인이 생각났어요.
그래 바로 너야!
각 와이너리에 방문하거나 정보를 얻게 되면,그 와이너리의 지형과 토양에 맞는 국가나 환경을 조사해서 비슷한 품종을 더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요. (각 와이너리는 몇십년에 걸쳐 그들이 위치한 지형과 환경을 연구하고, 그 지역과 유사한 모범사례가 될만한 와인이나 품종, 지형등을 과학적인 접근으로 계속 찾고 연구합니다)
제가 갔던 와이너리의 경우, 스페인 쪽 영향을 많이 받은 와이너리이었어요.
(토양과 환경이 비슷한 스페인 지역의 와인들이 이 와이너리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그래서인지 이 와이너리의 경우, 스페인 레드와인의 주요 포도 품종인 템프라닐로(Tempranillo)로 개발한 좋은 와인이 많아요.
그중, 제가 선택한 와인의 이름이자,그라씨아노(Graciano)라는 포도 품종은 스페인의 유명한 와인 지역인 Rioja에서 나는 품종 중 하나인데, 10월 말쯤, 늦가을에 추수하고 추수 양이 많지 않지만 좋은 이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한 번 접하게 되면 그 매력으로 계속 찾게 되는 포도 품종입니다.
살짝 산미가 있지만 달달한 석류주스 같은 느낌이다...하는 새에 툭 올라와 혀를 감아올려 마무리 짓는 바로 후추향이 이 와인의 매력이었어요.
와인을 설명하는 직원분은 '상당히 개성이 강한 와인'이라고 해주시고, 저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굉장히 강할 것 같은데, 저는 이 개성이 정말 좋아요.'라고 대답하며 바로 구매했던 와인이에요.
그 당시 테이스팅 노트를 다시 열어보다가
' Mild, Asian Food, Peppery flavor ; as a part of food'
(순한 맛의 동양 음식, 후추향이 음식의 향의 일부처럼 어우러질 수 있는- ) 라고 적어둔 것을 발견하고는 잔치국수와 함께 먹어보자 싶었어요.
결과는 성공적!
따뜻한 멸치다시육수에 계란, 파, 호박, 당근을 고명으로 얹고 집에 남은 묵은지를 들기름에 살짝 무쳐서 국수와 함께 먹는 잔치국수. 그리고, 와인이 가진 약간의 달콤함이 국수의 따끈함을 더해주면서
속이 따뜻하게 차오르고 대화가 오가면서 더해지는 온기가 참 좋은 밤이었어요.
한식과 와인.
참 행복한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