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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Jul 17. 2020

개똥 줍다가 로또 맞는 인생이여!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몰라요. 

호주는 6월 말, 7월부터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면서 트러플 추수 시즌에 접어들었어요.

네, 맞아요. 여러분이 아시는 그 비싼 재료 트러플이요. 

모 티브이 드라마에서는 그 비싼 가격 때문에 셰프가 자물쇠로 잠가두면서 까지 보관하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던 그 재료 맞아요.


블랙다이아몬드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트러플! 


일반적으로는 프랑스산 블랙 트러플과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이 가장 유명하지만, 

호주에서는 1999년에 첫 재배를 타스마니아에서 시작했고, 비교적 늦지만 꽤 많은 트러플을 추수하고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예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한겨울인 7-8월에는 많은 트러플 농장들이 이렇게 

농장문을 일반인들에게 열어서 트러플 헌팅이나 특별한 메뉴를 제공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도 트러플 디너 프로모션을 하거나 축제가 열리기도 해요.  

저와 고랑이 에게는 첫 데이트에 얽힌 중요한 음식재료(?) 이기에 제가 이번 기념일 선물로 

트러플 헌팅을 예약하기로 했어요.  


제가 심바와 함께 발견한 조금 큰 크기의 트러플!


트러플 헌팅에는 전통적으로는 돼지가 사용되었으나, 잘 훈련된 개를 이용하면서 

그 수확량이 급증하게 됩니다. 

(개의 발달된 후각과 빠른 움직임이 한 몫을 하지만,아마도 돼지가 트러플을 먹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죠.)

저희는 일찍 아침을 먹고 트러플 농장에 방문하여, '심바'라는 훈련된 개와 함께 트러플 헌팅에 나서게 됩니다.


각 개들에게 이 트러플을 찾는 작업은 게임과도 같기 때문에 각 개들이 트러플을 찾으면 원하는 보상을

해주는 식으로 훈련이 돼요. 신기한 것은, 각 개들마다 서로 원하는 보상이 다르다는 거예요.

저와 함께 한 '심바'의 경우,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안아주는 것'이 가장 큰 보상이기 때문에

헌팅 내내 많은 이들이 심바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어요.

근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저희가 캤던 트러플입니다!


현재 트러플 농장의 주인이자, 호주는 물론 유럽에서도 트러플 헌팅용 개를 훈련하기로 유명한 J는 

바로 개똥 치우는 일을 하다가 이 트러플 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거죠.

오래전, 집에서 크게 할 일이 없던 J는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게 됩니다.

 '개랑 함께 일하고, 개똥 치우는 일 해보는 게 어떠냐.'라는 제의를 였죠. 

개를 좋아해도 굳이 개똥 치우는 직업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등을 떠밀어 그 직업을 꼭 갖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래서 어느나라나 엄마 말은 잘 들어야 하는 거 같아요 )


그렇게 그는 열심히 개똥을 치우고, 개를 훈련하는 일에 발을 딛게 되다가 

경찰들과 세관용 탐지견들을 훈련하는 직업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트러플을 찾는 개들을 본격적으로 훈련하게 됩니다.

조금 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이 이야기 내막에 있지만, 저는 여기까지만 공개하겠습니다.

결국 그는 본인이 일하던 경찰 오피스를 그만두고,  

건너편에 있던 트러플 농장에서 일하다가 농장을 인수해서 운영하기에 이르렀죠.

트러플 단면입니다. 집에서 정말 아껴서 잘 먹고 있어요.


참, 인생 알다가도 모르죠.

개똥 줍다가 요리 재료 중 '다이아몬드' 혹은 '금덩이'라고 일컫는 트러플을 줍고 있으니 말이죠.

(현재 호주 트러플 가격은 1kg당 $1500-$2500(호주 달러) 정도의 가격입니다.)

그런데, 그와 그의 파트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는지,

얼마나 그들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의 개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눈에 보입니다. 

시간과 노력과 운이 겹쳐져 그의 지금 이 시간이 존재함을 보고 느끼고 들었어요.

(참고로, 그의 트러플 헌팅 개 중 한 마리는 120만 유로(한화 16억 정도)의 가격을 제시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에겐 절대 팔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니 당연히 거절을 했고요.)



여러분은 인생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무엇을 꾸준히 좋아하고, 열심히 하며 즐거워하시나요?


지금 당장에 본인이 하는 일이 나의 적성에 안 맞는다고만 생각하실 수도 있죠.

전공과 전혀 안 맞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고요. 

직장을 다니면서 딴생각 하나쯤 품고 사는 것. 다들 참 같은 맘이에요.

'로또나 한번 맞아봤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인생이 주는 기회든 운이든 그 무언가를 믿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며 그저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마 가장 어렵지만, 기회든 운이든 잡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매일 개똥줍는 일을 하다가 트러플을 줍고 있기도 하니까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로또에 당첨 되려면, 로또를 사는 노력정도는 해야한다'라고요.


참고로, 트러플은 이렇게 밀폐된 유리용기에 쌀이나 계란을 함께 넣어두어 냉장보관을 하는 게 제일 맛있고 현명하게 먹는 방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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