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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Aug 06. 2020

그 남자의 한국어,
그 여자의 프랑스어

코로나로 시작된 새로운 일상. 네 번째.

코로나로 호주에서도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저희 커플도 집에서 24시간 내내 붙어있게 되었어요.

워낙 둘 다 바쁜 탓에 처음 몇 주는 정말 같이 맛있는 거도 해 먹고, 집안일 나누어서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했는데, 점차 락다운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종종 별것 아닌 걸로 기분이 상하거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락다운 기간과 일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졌었어요.

'우리만 이러는 건가?'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정말 많은 커플들이

저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서 커플이 생활하면서

부딪치다 못해 이혼율이 급증하는 사례에 대한 글을 언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더라고요.

 

그 여자의 프랑스어


저와 고랑이 모두 언제 원래대로 일을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 이기 때문에,

그냥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도 좋지만 저는 이 기회에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한 언어 공부 사이트에서 매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10년 넘게 방치해 두었던 프랑스어를 다시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공부할 때 참 재미있게 하기도 했고, 여행할 때도 너무 좋은 기억이 많고,

무엇보다 고랑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좀 더 가까이 알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그렇게 7월 한 달을 꼬박꼬박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예습-출석-복습을 하며 하루에 두 시간 정도 할애했고, 

9월 말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7월에 수업 들으면서 만든 목차 겸 수업달력 이예요 :)  언어는 매일매일! 꾸준히!



프랑스 남자의 한국어


처음에는 '열심히 해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라고 말했던 고랑이.

매일매일 제가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도 보고, 조금은 프랑스어가 늘어가는 게 보였는지

본인도 '한국어 공부를 이참에 다시 해볼까?' 하더라고요. 

고랑이는 한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종종 자주 들리는 표현은 집에서 쓰기도 해요.

(참고로, 고랑이는 조선의 왕 이름 거의 10개 정도를 말할 줄 알아요. 이게 다 넷플릭스 덕분이죠 )

그래서 먼지와 이삿짐에 파묻혔던 한국어 책과 본인이 아끼는 파란 노트를 찾아서 

저와 한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하루에 30분 저와 공부를 하고, 한국 드라마 한 편 같이 보기'를 한지 벌써 2주 차.

(최근에 본 드라마는 아이유 씨와 여진구 씨가 나오는 '호텔 델 루나'를 같이 완주한 뒤,

홍자매 작가님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주군의 태양'을 그저께부터 보고 있어요.)


열심히 본인 한국어 노트에 복습하는 고랑이.

그렇게 저희 커플에게는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일상, '상대의 언어와 문화 배우기'가 자리잡기 시작했어요.

조금은 빠듯한 재정과 일로 인한 스트레스나 걱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질문도 종종 하게 되고

더 많이 서로 이야기하고 배워가고 있어요.

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혹은 배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여서 참 감사해요.

모국어가 아니라면 참 배우고 익히기가 쉽지 않은 언어가 바로 '한국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고분군투하고 있고, 각 커플들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는 작은 지혜로운 방법 하나쯤 찾다 보면

인생에 큰 도움되는 팁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어요.


참, 고랑이에게 저녁을 먹기 전, 어제 배운 표현을 응용해보라고 하니 이렇게 말하네요.

"저 고양이는 소주입니다. 이 고양이는 맥주입니다. 저는 고랑이 입니다. 코로나 싫어요"



그래. 너 고랑이 맞아. 근데... 개똥은 도대체 왜 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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