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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May 24. 2024

뜨거운 믿음의 시작

외로워 죽을 뻔 했던 파리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스무 살 봄, 세례를 받고 나는 새가족부 교육을 수료하고, 

조금씩 교회와 예배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 그렇게 많은 공동체와 모임, 활동이 있는지 몰랐다.

늘 예배만 드리고 빠르게 집에 가기 바빴던 내게 

교회 모임들은 전부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 편으론 조금 겉돈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이 된 나는 파리로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프랑스 뮤지컬과 문학에 빠져있던 나에게

파리로의 교환학생은 꿈꿔오던 무언가를 이룬다는 느낌이 드는 굉장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프랑스 갈 채비를 모두 마친 채

2016년 가을 나는 프랑스로 훌쩍 떠났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파리는 정말 불친절했고, 고약했고, 위험했고,

무엇보다도 외로웠다.






내가 파리에 갔던 2016년, 프랑스는 위태롭고 불안정했다.


당시 유럽 전역은 끔찍한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프랑스 역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찰차와 구급차들이 거리에 즐비할 때도 있었고,

잘 가던 지하철이 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모든 불이 나가 컴컴해진 적도 있었고,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려 하자 폴리스 라인이 쳐 있는 곳에 낯선 남자가 경찰에게 제압을 당하고 있는 풍경을 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워낙 행정 처리가 느린 프랑스의 특성상, 

비자 건강검진을 받고, 유학생 주거 지원금을 신청하고, 

기숙사 전기를 신청하고, 학생 보험을 들고, 신용카드를 만들고, 공과금을 납부하는 등 

모든 자잘한 절차들이 정말 무수히 오랜 시간과 여러 번 오고 가는 수고를 들게 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잘 이해하지 못한 게 태반이었고,

팀을 꾸려야 하는 수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소외되어 수강 자체를 포기한 수업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먹고 입고 자는 일상 생활을 기본적으로 오롯이 "혼자" 영위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도전이었다.



하필 대학을 입학하여 잠시 만났던 그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헤어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너무나도 미숙했던 나로서는

문득 문득 치밀어오르는 외로움을 달래기 어려워 더 고달팠던 기억이 난다.

지나보면 조금 우습고, 어리석은 모습이었을지라도 당시의 나는 그렇게 더없이 공허하고 혼자였다.





그때 내가 의지했던 것이 프랑스의 한 교회였다.

예배는 드려야지 라는 마음으로 찾아갔던 프랑스 파리의 한 한인 교회는,

내게 좋은 친구들과 추억들을 가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일 때, 고요할 때, 하나님은 나를 찾아와 만나주셨다.

나는 그 경험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그날의 뜨거웠던 눈물과 기도를 잊을 수가 없다.

어느 수요일 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외로운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돌다가 

수요예배를 찾아갔다.


사실 한인 교회 친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유학을 하며 생활 근거지가 파리에 있거나,

프랑스인이거나, 부모님이 프랑스에 사시거나 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들 사이에 형성된 "그들 만의" 문화와 끈끈함 속에 내가 갑작스레 비집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예배를 가면, 그들과 함께 놀지는 않더라도,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 자체가 나의 외로움을 조금 덜어주곤 했다.

그리고 예배당이 주는 평안함과 안정감도, 

지저분하고 격렬한 파리의 밤을 안전하게 보내기 좋은 은신처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설교가 무슨 말씀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내게 생생한 것은,

예배를 마치고 밤 10시가 다 되어 돌아온 내 방 문을 열자마자,

책상 앞에 주저앉듯 쓰러져 "하나님 사랑해요"를 외쳤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내 몸을 물리적으로 감싸주셨다.

정말이지 하나님의 온기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하나님이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

나를 어떻게든 살리시고, 지켜내신다.

그런 마음의 소리들이 온기와 함께 나를 가득 감싸 안았다.



그날이 내가 하나님을 처음 대면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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