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15. Art museum
"그림이나 시는 사랑,
즉 완전한 포용을 경험할 때 만들어진다."
- Joan Miro -
물론 사람으로부터도 배웠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있으며 나와 잘 맞는, 혹은 지지리도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지. 그런 인간경험으로부터 나를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림이었다.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다른 지 나는 그림으로 배웠던 것 같다. 누군가는 점으로 선으로 절규를 사랑을 낭만을 또는 잔혹함을.
그러나 그림을 보는 일과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글은 항상 조금 더 명확하다. '사랑'이라고 쓰는 것과 커다란 캔버스를 '붉은색'으로 뒤덮고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누군가는 붉은색을 보고 죽음을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관찰자의 시점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미스터리 같은 미술을 사랑한다. 그것은 나를 순수한 상상으로 인도해 주며 그 과정에서 서로가 다름을 이해했다.
다름을 배우는 일은
곧 포용을 배우는 일과 같으며
그것은 미로의 말처럼
사랑이었다
chapter 15. Art Museum
마지막 바르셀로나에서의 1주일은 가우디 건축을 탐방하거나 미술관을 둘러보며 보냈다. 총 6곳의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는 ARTICKET BCN는 미술관을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패키지였다. 안 쪽엔 여권처럼 미술관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해 줬는데 그걸 또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1. 피카소 미술관
2. 호안미로 미술관
3.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
4. 까딸루냐 국립미술관
5.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
6.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총 6개의 미술관 중 나는 5곳만 방문했고 그중 피카소 미술관은 사진촬영이 불가해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미로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초현실주의 화가 중 하나인 호안 미로는 어떤지 같은 가치관의 길을 달리던 살바도르 달리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았을 것만 같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또한 도예가였던 호안 미로는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해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미술관 건물은 미로의 친구이자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호세 루이스 셀트(Josep Lluis Sert)와 함께 디자인했는데 마치 귀여운 레고 블록들을 조립해 둔 것만 같은 모양들이 인상적이었다.
미술관 건물은 지중해 지역 전통 양식으로 가운데 정원을 두고 여러 형태의 공간을 배치했으며 자연 채광을 활용해 관람하는 동안에도 실내가 깨끗하고 환한 느낌을 받게 해 줬다.
이곳은 미로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전시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미로 자체뿐 아니라 예술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미술관 한쪽엔 알렉산더 칼더가 기증한
<화성분수 1937> 도 전시 되어 있다.
까딸루냐
: 스페인의 북동부에 위치한 자치 지방으로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이름
혹시 당신이 까딸루냐 미술관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운동화를 신고 가길 바란다.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가봤던 프라도미술관보다도 훨씬 더 많은 약 2만 5천 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세 예술, 르네상스, 바로크,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바르셀로나에 들린다면 꼭 가볼 만한 미술관이라고 생각한다.
1929년 바르셀로나 세계 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이후 미술관으로 개조된 까딸루냐 미술관은 내가 방문한 스페인의 다른 미술관과 건축적으로 눈에 띄게 다른 점들이 있었다.
특히 대규모 돔 모양의 구조가 그랬는데 그곳엔 살라 오발 (Sala Oval)이라 불리는 공연장이 있어 실제 연주회 등 각종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상당히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덕분에 미술관 정문에서 바라본 뷰가 압권이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가우디가 직접 만든 가구들도 볼 수 있었다.
옛날 감성보다는 요즘 감성이 좋다면,
또 장시간 관람에 소질이 없다면
바르셀로나 현대 문화센터에 가보자
이 건물은 원래 18세기의 한 수도원을 리노베이션 하여 만든 것으로 바르셀로나 도시 설계팀에 의해 만들어졌다. 다소 오래돼 보이는 건물의 입구를 지나 들어오면 유리창으로 번쩍 빛나는 현대적인 건물, CCCB가 보일 것이다.
내가 방문했을 땐 다소 음란한 옛날 그림을 문의 열쇠 구멍으로 몰래 훔쳐보는 독특한 전시와 식빵에 색을 입혀 설치작품을 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CCCB 역시 전시뿐 아니라 영화 상영,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도시에 현대 예술과 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관람 중간중간 시원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는 것 역시 좋았다.
길을 걷다가
저게 뭐지? 하고 고개를 들고 있다면
제대로 찾아온 거다
스페인 현대 미술의 거장인 안토니 타피에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이곳은 어쩐지 미술관 입구부터가 전시장인 듯하다.
누군가 뜨개질을 하다 풀어 헤집어 둔 것 같은 실뭉치와 같은 것이 미술관 옥상 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철사뭉치 때문에 유명해진 미술관은 모더니즘 건축가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구름과 의자>라는 제목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안토니 타피에스는 1940년대 초현실주의 화가로 사회적 양심을 주제로 한 정치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다양한 미술 운동에 참여했다. 그래서 건축가는 화가가 갈망하던 자유를 위한 몸부림의 의미로 이런 작품을 보여주고자 한 걸까?
귀여운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던 2017년의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은 5곳의 미술관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전시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임팩트가 있었고
미술관 투어의 마지막으로 가보기 적당했다.
5개의 미술관을 둘러보며
나는 더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자 했다
나에게 미술은 여전히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