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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림 Sep 18. 2024

처음부터 다 보여줄 순 없어요

바르셀로나 14. 까사밀라


그런 이를 만난 적 있는가?


알면 알수록 절망이 아닌

설렘인 사람을





Barcelona

chapter 14.


2017. 까사밀라 -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겉과 속이 똑같은,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까사바트요'를 막 나와 건너편 '까사밀라'로 걸어갔다. 그 두 개의 건물은 고작 몇 블록 차이였다. 바트요의 집인 까사바트요, 눈치챘겠지만 이곳은 밀라의 집, 까사밀라이다.



외관은 마치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요동쳤고 절제된 색감에서는 차분함이 돋보였다. 대로변 한가운데에서 신비로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던 그녀는 요염하게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다 보여줄 순 없어요."  







이제 조금씩 그녀와 알아갈 준비가 되었다.

나는 그녀가 입고 있는 무채색의 옷,

그 안에 감춰진 무궁무진한 매력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밀라는 자기 집으로부터 불과 수백 미터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던 까사 바트요의 건축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았다. 바트요에게 가우디를 소개한 것 역시 그였다. 그는 가우디의 손으로 빚어낸 역사적 건축물을 소유하고 싶어 했다. 그 건물은 밀라 부부는 물론 입주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공동 주택이어야 했다."



그렇게 밀라뿐 아닌

많은 이들의 Casa,


Casa Mila 가 탄생했다






2017. 까사밀라의 입구


맞다. 그녀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밀당의 귀재였다. 건물 외관에서 색감의 절제를 맛보았다면 내부는 색채의 파라다이스였다. 가우디는 이 말도 안 되는 집에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수놓은 것 같은 벽화는 초록의 싱그러운 화초들과 물결치는 천장 그리고 테라스 난간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터치는 정말이지 감격 그 자체였다.


입주민들은 이런 겉 다르고 속 다른 집에

묘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내면의 매력을

나만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다






2017. 까사밀라의 방 내부


까사 밀라의 내부는 100년 전 지어진 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가구들이 그랬는데, 가우디가 상당수 직접 제작한 이 가구들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라인과 무늬가 빈티지한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사람들은 가우디의 건물이 흉측하고, 황당하고,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조롱하거나 비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까사밀라 역시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은 집이었다.


너무 새로운 것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재능은 어쩌면 건축 자체보다는 조금 더 섬세한 공예에 있었던 건 아닐까?



그가 만든 가구들의 유려한 형태를 살피며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고 비참히 죽은 화가 반 고흐의 삶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부드러운 여인의 일생은 이토록 화려한 반전매력을 가지고도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지독한 외로움과 비극으로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때때로 이 비극에서

역사적인 예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요염한 여인의 비하인드를 파헤쳐 옥상 위까지 올라왔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해온 가우디에게 유일하게 자연으로의 닿음이 허용된 공간, 확고한 신앙심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상들, 곡선을 향한 끝없는 집착.


그에게 건축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 고독한 창구처럼 느껴졌다


삶은 비극이었더라도

매력은 영원했다





참조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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