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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09. 2022

브런치와 치킨이 다했다

글쓰기 영감 메이트



요즘 브런치에 푹 빠졌다.

소소하지만 시급한 일 중에라도 --랑, 브런치 알림음은 바로 낚아챈다. 소리는 작아도 내게 주는 울림이 크다. 핸드폰을 켜면, 화면 제일 위 ‘b’ 마크가 어김없이 와 있다. 영어 소문자 b. 기울임체. 만년필이 서 있는 모양과도 같은 연회색의 앱 마크. 다른 앱과 나란히 서 있어도 이게 가장 반갑다. 그래 너 또 왔구나, 뭔가 보자, 하며 화면을 쓱 내리면


b. brunch 오전 5:48
구멍 난 밤의 양말 님의 새 글 : 저는 지금 발행 버튼을 눌렀어요     


아, 또 내가 구독하는 누군가가 새 글을 올렸구나. 내가 자는 동안 부지런히 글을 쓴 모양이다.



잠도 안 자고 글을 쓰나.

차곡차곡 발행하는 그들에 대한 묘한 질투심이면서, 며칠째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해 조바심이 난 나에 대한 신경질이다. 브런치 알림음은  '너도 그만 글 고치고, 이제 발행해'라는 불편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구독자가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양파 버터 님이 ‘엄마는 국어전공입니다만’ 글을  라이킷했습니다.
우유 베이컨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김치 참치 님이  ‘내글백만개쓸겁니다’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런 알림 창은 핫도그를 먹다가도 내려놓고 들어가서 본다. 댓글이 있다 하면 바로 터치해 확인하고, 구독자가 생겼다 하면 구독자 수 체크, 라이킷에는 진짜 I like you 온 마음으로. 세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앱에 들락거리는 횟수를 따진다면 브런치가 나에게 브런치 사 줘도 될 판일 거다.         




브런치 앱과 하나 된 나는 뭘 쓸까, 깨어 있는 시간 동안 계속 생각하므로, 아이디어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단 끊임없다. 그중에 최고의 스폿은 부엌이다. 여기가 젤 잘 터진다. 영감 명당이다. 식기 세척기를 안 쓰길 얼마나 잘했는지. 그거 썼으면 내 영감도 다 날아갔겠지. 요즘 부엌은 브런치를 쓰는 내게 ‘어뻥’이다. 막힌 생각을 한 방에 날려 준다.                 





싱크대에 들어서서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며, 머릿속에 아무거나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우리 집은 금요일이 치킨 먹는 날이니까 이따 6시에 시켜야겠네. 뭐 먹지. 60계 간지, 처갓집의 양념, 비비큐 자메이카는 축구 보다가 먹었고, 뭐니 뭐니 해도 자담에 파닭이지 뭐. 파랑 소스 추가해서 장바구니에 미리 담자. 가만, 치킨에 에피소드가 있던가. 별로. 치킨보다는 떡볶이가 할 말이 많지. 아, 일단 설거지 끝나면 냉장고에 있는 김밥 재료 썩기 전에 정리해둬야지.





김밥. 그래, '엄마가 주말에 김밥을 싸는 3가지 이유'. 글감이 떠올랐다. 내가 주말에 김밥을 싸는 건 다 목적이 있어서니까. 당장 고무장갑 벗고 지금 이 발상을 잡아두고 싶지만, 벗으면 물 떨어지는 게 싫어서 참는다. 아냐, 이 정도는 십분 뒤에 기억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 설거지를 이어간다. 어라, 근데 이걸 다 엮어서 시리즈로 갈 방법은 없나. 다양한 음식의 조합. '나의 배민 스토리'. 좋다. 내가 그간 얼마나 많이 시켜먹었는데. 이게 다 글쓰기 재료가 되네. 역시 모든 경험은 쓸모가 있다 생각하며, 유레카를 외친다.




엘리베이터 타는 중에도 어김없다. 다른 층 사람이 내릴 때, 잠깐 문이 열린 사이로 바닥에 내놓은 책을 보며, 당근으로 내놨나 보다 생각하는 찰나. 어. 이건 제목인데. '우리 엄마 취미는 당근 마켓'. 즐거운 아우성이 터진다. 브런치 몰랐을 땐 무슨 낙으로 살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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