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랙스에진열된 문구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에피소드와 유년 시절 에피소드 하나 둘 정도를 더하려고 한다. 그 문단들을 다 자연스럽게 엮을 만한 흐름을 생각하면서,동시에문장이심심하지않게 대화문으로 고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상황이 확 드러나게 세세하게 한 줄 더 묘사하려고누가 물어보지도 않은 속마음을 다 꺼내고 앉았다. 그런데 말야, 이걸, 누군가가 왜 읽어야 할까. 재밌나. 재미가 없다. 문장의 길이를 줄이고 단문으로 써본다. 그랬더니 너무 성의 없어 보여서 다시 글을 추가하면 또 늘어지고 만다.
나는 잘 아는 스토리인데 이걸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이해가 안 될 거라 싶어, 백지상태의 3자가 되어 읽어보려 애쓰는데 그게 잘 안된다. 난 이미 이 글을 여러 번 읽었으므로.
임팩트 있는 시작인지 살핀다.
독자가 빠져들게 만드려고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중간 부분을 제일 앞으로 옮겨본다.그런데 이렇게 배치를 바꾸면 그다음 연결이 어렵다. 왜 다시 이 이야기로 넘어 가는지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안내해야 하는데 불친절하다.
인쇄해서 다시 읽어본다. 고치고 고치고 고칠수록 이상해지는 미로다. 블랙홀에 빠질 땐, 구멍에서 나와야 한다. 일단 오늘 묵히고 다음 날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한다.
매 순간 좌절한다.
이 짧은 문단을 쓰면서도 불현듯 스친 어떤문장이 내가 생각해도 멋지니까 넣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데 이 문장이 넣게 되면, 갑자기 불쑥불쑥 이야기가 껴드는 느낌이라, 말이 되는지 처음부터 또다시 읽어본다.
상위인지가 중요하구나. 내 글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이 제일 어렵다. 지금 이 글에서 고칠 부분, 부족한 부분 다 찾아야 하는데 누가 찾아주면 좋겠다.전능하신 글쓰기 선생님, 뭘 고치면 좋을까요.
답답한 상황에서 역시나 만만한 건 가족이다.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남편에게
어때. 앞뒤가 안 맞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어, 그걸 나도 모르겠네
모른다. 정작 나도 모르겠다. 내 글을 읽으면서 어떤 구독자가 이 사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네라고 생각할까 봐공개하지도 않은 글을 두고 부끄러워한다.
고작 한 달 정도 쓰면서, 집 책장에 있는 크고 작은 책들의 작가 이름이 아주 크게 다가오는데, 그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것 같다. 삼 년은 써보고 얘기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