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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27. 2023

말했던가. 낭자가 웃으면 분꽃 피는 소리가 들린다고

잘 써진 에세이의 공통점

프로의 연기는 저런 것이구나. 믿고 본다는 말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배우다. 대사를 하면서 눈빛으로 감정 연기를 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대사가 없을 때나 상대 배우가 대사를 하고 있을 때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상대 연인을 아련하게 보면서 짓는 표정에서, '우리의 앞날에 고난이 많겠지만 그동안 내내 그대가 그리울 것이오'라는 정이 읽혔다. 어떤 감정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면 그런 눈빛을 지어낼 수 있을까. 그의 연기를 한 장면만 봐도  5초 만에 빠져든다.


함께 있던 아끼는 사람이, 오랑캐가 온 줄 모르고 마을로 내려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를 구하러 내려갔다 온다면서 산에 올라가 불을 피우라는 지시를 할 때, 눈에서 다급함과 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살벌한 눈빛, 그건 또 어떤가. 무사 역할이기 때문에 전쟁에서 검으로 싸우는 씬이 많지만, 정작 대사를 할 때나 연기를 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몸이나 팔을 크게 활용하지 않는다. 표정에서 특히 눈빛으로 승부본다는 점이 보는내내 감탄하게 한다.



관심이 생겨서 검색해 보니 남궁민 님이 배우이면서도 연출을 했던 이력이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연인' 연출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함께 앉아 1,2회를 감상하는 영상을 봤다. 꽃달음 씬을 렇게 연출해서 놀랐다는 배우의 표현, 태안 바닷가 씬에서 화면 색 구성이 생각보다 되었어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 만주어를 사용해서 극 전체가 실감난다는 감독의 의견, 청이 침입하여 달려오는 장면에서 말을 30 마리 이용했지만 300마리가 오는 것 같은 CG에 대해서 평을 하는 모습을 봤다. 단지 배우의 연기 뿐 아니라,  장면에 대해 감독이 신경써서 연출한 부분을 논하는 것을 보고, 이미 내가 봤던 장면이 달리 보였다. 배우의 표정과 대사가 다가 아닌, 장면을 어떻게 드러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글도 그런 듯하다. 단지 단어와 문장과 큰 에피소드가 다가 아닐 것이다. 한 단락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 더 섬세하게 장면을 묘사하고 배경을 건드릴수록 매력적인 글이 될 듯하다는 것을 배운다. 드라마 감독이 주연 배우들의 중요한 감정적인 씬을 위해서 청보리 밭을 배경삼고 그에 어울릴만한 노오란 저고리를 배치하여 한 폭의 수채화같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잘 써진 에세이를 보면서 한 단락을 꼼꼼히 보고 연구해본다. 상황을 편안하게 묘사하여 독자를 잘 안내하고 있구나. 역시 독자의 머릿속에 바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문장에 대해 한 문장, 자기 느낌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써서 진솔하게 느껴지고 공감이 되는구나. '솔직해지기 위해 이렇게까지 말해도 될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잘 썼다는 증명이라고 알아채야겠다. 재미있는 말로 위트 있게 써 내려갔구나. 독자를 한 단락에서 다음 단락으로 계속 읽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길게 늘어지는 문장보다 짧은 문장에도 힘이 있구나. 구성을 할 때 첫 에피소드와 두 번째 에피소드 간의 연결을 신경쓰자. 그 연결에서 적절한 비유까지 잡는다면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읽고 싶게 만들고 있구나. 명확한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고, 그에 적절한 비유와 설명과 느낌이 들어가야 한다. 푹 빠져보는 드라마를 보면서 '글도 연출이다'라며 오늘 내 글감에 어떤 배경을 깔면 좋을지 생각하는 나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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