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
과학 고전이나 최신 논문이 아니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나처럼 무지한 독자를 위해 쓴 교양서를 읽었으니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달라진 게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부가 무엇인지 새로 이해했다. 공부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다. 공부를 온전하게 하려면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나 자신을 안다거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존재하는지, 어디로 가는 모르면서, 내가 누구이고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다. 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행위와 사회의 역사를 해석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더 교만한 사람이 될 뻔했다.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나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자신을 안다거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