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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26. 2023

18,749 명이 내 글을 클릭하는 광경

글쓰는 삶

글을 쓰면, 내 글이 DAUM 포털사이트 메인의 한 꼭지에 한 줄 제목으로 차지하는 일상. 그래서 천 명, 이만 명쯤 되는 사람들이 내 글을 클릭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삶. 근사하다. 간혹 생기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설레서 들썩거려지는 건 변함없다. 행복을 빈도로 따진다면 글쓰기로 이미 성공했다. 


가벼운 인정이라도 좋다. 글을 쓰기만 하면 라이킷으로 즉각적인 좋아요 피드백이 오는 것에 중독됐다. 그냥 읽고 지나가지 않고, 굳이 멈춰서 글 밑에다가 방금 읽은 내 글과 관련한 정성어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댓글만 있으면 나는 이 행위를 영원히 할 수 있다. 이 재미를 맛 본 이상, 안 하고 살 수 없게 돼 버렸다.




'내가 이런 일이 생겼어요. 어제 만난 사람이 이러지 뭐예요. 이런 고민은 어떻게 풀지 난감해요. 또 불안해졌어요. 그런 소소한 행복도 있답니다.' 일상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받아들이는 마음의 모양새가 달라졌다. 좋은 일은 기쁜 글로, 나쁜 일은 슬픈 글로 풀어내면 되므로. 어떤 글을 쓰든 쓰고 나면 힘을 얻는다. 운동과 많이 닮았다. 한 번 손을 놓으면 다시 하기 힘들고, 계속 하다보면 근력이 붙어서 해 나가기가 수월해진다. 그 수월함을 유지해 나가는 데에 무시 못할 '노오력'이 든다는 점이 어렵고도 쉽다는 것이 역설적이긴 하다. 오늘 한 자는 내일도 '쉽게' 할 수 있지만, 오늘 쉬어버리면 기약할 수 없이 멀어져가서 다시 잡기까지 두 세배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이 '어렵다'. 운동과 글쓰기는 그냥 의심하지 않고, 이유 따지지 말고, 평생할 일이라 여기기로 했다. 공부처럼.



과학 고전이나 최신 논문이 아니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나처럼 무지한 독자를 위해 쓴 교양서를 읽었으니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달라진 게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부가 무엇인지 새로 이해했다. 공부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다. 공부를 온전하게 하려면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나 자신을 안다거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존재하는지, 어디로 가는 모르면서, 내가 누구이고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다. 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행위와 사회의 역사를 해석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더 교만한 사람이 될 뻔했다.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나는 인문학을 공부했지만 자신을 안다거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나도 깨달았다. 주기적으로 운동도 하고 이때껏 여러가지 공부를 했지만, 나를 몰랐고 세상은 해무와도 같이 손을 헤쳐봐도 끝을 알 수 없는 뿌연 안개 속이었다. 글쓰기를 하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뭘해도 헛헛하게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한 구멍이 늘 있었는데, 그곳이 저 밑은 심연에서부터 꽉 차 오른다. 매일 글을 쓰는 시간, 딱 그만큼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내가 쓰는 그 문장 안에서는 타인도 세계도 선명하게 받아 적을 수 있다. 글을 쓰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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