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아요

겨울방학이 길기 때문입니다

by 우즈


다가오는 겨울방학이 문제다.

2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면서 동시에 나만의 시간을 구축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어쩌면 그 루틴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주 금요일 초등 아이의 방학식이 다가와 두렵다.


아이가 학원은 한 군데만 다닐 계획이라 더 그렇다.

집에서 아이가 공부할 때마다 옆에서 가만히 보다 보면 세심하게 아이를 보게 되는데, 예컨대 수학 문제를 하나 풀 때, 연산이 약한 것인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 유형이라 그런 것인지, 서술형 문제의 긴 문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인지 나름의 파악이 된다.


지금 이 아이를 온전히 보고, 무엇이 더 연습되어야 하는지 바로 코칭이 가능한 시스템이 엄마가 아이를 관찰하는 시간이 많은 집의 장점이라 본다. 그런데 문제 해결력 부분에서 혼자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엄마가 적당히만 개입하고 빠져줘야 하는데, 성질 급한 내 성격 탓에 늘 그 지점에서 조절에 실패했다. 너무 가르치려 들거나 쉽고 빠른 길을 알려서 엄마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조심하려 애쓴다. 아직 저학년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것보다 안정된 공간에서 적은 과제로 천천히 문제를 접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 여겨 엄마의 성급함을 잘 조절하는 것만 성공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리하여 점점 학원의 수를 줄여갔기 때문에 다니는 학원이 하나 뿐이라 너무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 펼쳐진다.



하루 일과 중에 세네 시간 정도는 '내'시간으로 확보되면 좋겠다. 아이 방학 전까지 자리 잡은 루틴은,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한 시간, 대략 아침 6시쯤 일어났다. 일어나면 내 공간에 앉아서 다이어리에 일어난 시간을 쓰고 어제 읽다가 만 책을 집어 한 페이지 정도 읽었다.


그러면 막 집중이 한참 차올라 이 에너지를 계속 이어서 글도 쓰고 싶어질 무렵 아이 방문이 열리면서 내게로 온다. 매번 아쉽다. 이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되는 편이라 내일은 좀 더 빨리 일어나서 이 시공간을 더 오래 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이 아침밥을 챙겼다. 그 뒤로 아이와 남편이 집을 나선 뒤, 이어지는 오전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이 시간이 행복한 것이야 말해 무엇하랴. 아이가 등교한 시간이 '내'시간이 되어 좋았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던 오전 '나의 시간'이 방학을 맞아 무너진 걸 본 것도 벌써 세 번이 넘어간다. 이번에는 그렇게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방학을 맞아 야심차게 변경될 나의 계획은 이렇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방해받지 않는 세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주 일찍, 대략 새벽 네시쯤 일어나 보려한다. 이른 아침에 조용하고 생산적인 시간에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사수할 것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오전 시간은 아침밥을 함께 먹고 아이 공부를 봐주며 보내게 될 테다. 한 학년 진급하는 겨울방학이라 ‘이번 방학이 진짜 중요해’ 하면서 아이와 해보지 않던 새로운 교재를 추가해서, 하기 싫은 아이와 하려는 엄마 사이의 불 보듯 뻔한 실랑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부를 끝낸 뒤,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나면 아이는 학원을 다녀와서 소소한 놀이와 독서를 하고, 나는 틈틈이 집안일이나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등의 일과다.


매일의 일정이 차곡차곡 이어질 테고 가끔은 버겁고 정신 사납겠지만 여덟 번의 월요일을 맞이하는 동안 온전한 ‘나의 것’이었던 시공간이 그곳에 잘 머물러 있길 바라본다.


그런데 새벽 네시 가능할까.

이렇게 글로 쓰면서까지 다짐을 하건만 왜 벌써 기분이 가라앉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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