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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Feb 06. 2022

아무튼 뉴스레터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다. 첫 뉴스레터를 구독한 것이 2020년 4월이었으니 이제 3년 째다. 가장 처음으로 구독 했던 뉴스레터는 매주 하나의 에세이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된 사람이 운영하던 것이었고 그의 글을 좋아했기에 망설임 없이 구독했다. 그덕에 뉴스레터 라는 시스템도 알게되었으니 내게는 1석 2조였다. 에세이를 읽고 싶어 매주 월요일 마다 뉴스레터 메일을 기다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매일 매일 1-2개의 뉴스레터 메일을 받는다. 세어보니 나는 11개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나는 뉴스레터의 세상 안에서 산다.


구독 중인 모든 뉴스레터가 전부 에세이를 보내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구독하는 뉴스레터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새로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소개하거나 부동산 소식 등을 전해주는 정보성 뉴스레터가 그 중 하나다. 아무래도 이 부류의 뉴스레터가 내 구독 목록 중 가장 비중이 크다. 다른 하나는 내가 처음 구독했던 뉴스레터 처럼 에세이나 에디터가 직접 고른 문장이나 문단을 보내주는 등의 읽을거리형 뉴스레터다. 뉴스레터의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텍스트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결 또한 모두 같다. 모두 요즘 것들 이라는 점이다.


늘 최신의 것들을 보내준다는 점이 내가 느낀 뉴스레터의 장점이다. 나는 뉴스레터가 가진 트렌드가 좋다.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트렌디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나는 단지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 변화를 다 알고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맞춰 나를 조금이라도 자극하고 싶을 뿐이다. 아마 내 MBTI 로 이 성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SNS에서 본 ‘MBTI 유형별 참을 수 없는 것’ 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나도 정확하게 알았다. ENFP : 놓치는 것. 나는 ENFP 이고 요즘의 유행을 놓치는 것 은 참지 못한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늘 바빴다. 네이버 뉴스에 뜨는 모든 기사를 읽어야하는 것은 물론 주요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사람들은 어떤 말을 쓰고 어떻게 노는지 확인해야 했다. 유튜브도 봐야하고 팟캐스트도 들어야하고 전문가들이 쓴 칼럼도 봐야한다. 하지만 뉴스레터를 만나게 된 후 내 모습은 달라졌다. 이제는 그 전에 하던 일들에 뉴스레터를 보는 일 까지 추가 되었기 때문이다. 뉴스레터를 만난 후 나는 더 바빠졌다.


뉴스레터 만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관심있어 하는 정보만 집중하여 볼 수는 있다. 나는 뉴스레터가 이전에 매거진이 하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단위가 몇 개의 아티클로 세분화 되고 짧아진 것이 특징이다. 가령 음식에 관심이 있어 그것에 관한 잡지를 한 권 사도 흥미로운 몇 개의 기사 외엔 읽지도 않는 것들이 있다. 뉴스레터는 아예 이런 낭비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애초에 내가 좋아하는 토픽의 짧은 기사 1,2개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구독하는 11개의 뉴스레터의 아티클이 목차로 모여 이종혁의 관심사 라는 한 권의 종합 매거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편집장의 마음으로 구독 할 뉴스레터를 고른다.


이것 또한 내가 생각하는 뉴스레터의 장점 중 하나다. 뉴스레터를 고르며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는 현대사회에 필수로 요구되는 역량이다. 정보가 곧 돈과 힘이 되는 사회지만 수 많은 정보에 허덕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 못하고 낭패에 빠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정보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 안에서 내 취향과 관심사를 깊게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뉴스레터를 통해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레터는 내가 고용한 내 취향 전용 기자이자 교사다.


뉴스레터를 생각하면 끊임없이 칭찬할 거리가 떠오른다. 뉴스레터는 텍스트가 없는 시대에 살아남은 텍스트 이자 메일이라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매체를 통하여 감정을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감성 메신저이고 정보의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다. 뉴스레터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튼,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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