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식 Dec 11. 2021

yo check this out

for 정상수 

바야흐로 힙합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 쯤이면 대한민국에는 힙합의 바람이 분다.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지난 9년간 쉼 없이 달려온 영향이다. 올해도 역시나 프로그램은 시작되었고 래퍼들의 10번째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시청률과 음원차트는 합격점이다. 그래서 경쟁이 계속될수록 유튜브는 쇼미더머니와 래퍼들 영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그 수 많은 래퍼 중 유튜브를 가장 뜨겁게 달군 래퍼가 있다. 별을 세며 밤 하늘의 진주를 외치는 남자. 그는 “쇼미더머니” 에 출연한 래퍼다. 하지만 10번째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새롭게 수면 위에 떠오른 루키도 아니다. 그는 부산을 대표하는 래퍼이자 백발 백중하는 명사수다. “킬링벌스”에 출연한 정상수 이야기다.


정상수가 출연한 킬링벌스 영상이 업로드 하루 만에 3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기도 하며 엄청난 기세로 지난 래퍼들의 조회수를 넘고있다. 최근의 쇼미더머니에 출연하지도 않았고 요즘 유행하는 싱잉랩 하나 없는 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었을까.


정상수는 미친듯이 음원을 발표해내는 허쓸형 래퍼가 아니다. 엄청난 부를 이뤄 비싼 시계, 비싼 차, 비싼 옷을 뽐내는 플렉스형 래퍼도 아니다. 비주얼이 아이돌 처럼 뛰어나서 가만히만 있어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래퍼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밈’이라는 스타성을 갖춘 래퍼다. 그를 유튜브 스타로 만든건 8할이 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타격감이 좋은 래퍼가 정상수다. 예능에서나 모임에서 만인의 타격 대상이 되어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무한도전에서는 정준하와 박명수가 그랬고 런닝맨에서는 이광수가 그랬다. 한 마디 장난에도 수 백가지 리액션을 뿜어내며 놀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릴 맛 나게 하는 사람. 정상수는 그런 래퍼다.


정상수는 늘 조롱거리였다. 그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인터넷에선 그를 조롱했고 힙합을 일반화하며 깎아 내렸다. 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을때도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상수는 그 모든 공경에 늘 타격감있는 리액션을 해주었다. 지켜보기에 짠할 정도였다.


내가 감히 정상수를 동정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정상수는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화가나면 화를 냈고 기쁘면 웃는 사람이었다. 늘 자신에게 당당했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순수한 사람들은 늘 사람들의 타격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상수가 짠했다. 나는 정상수의 팬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그가 힙합을 하는 래퍼라는 사실 말이다. 예능인이나 일반인들은 그런 타격감 좋은 캐릭터들이 끝까지 그 캐릭터로 남기 마련이다. 나는 정상수도 그저 그런 캐릭터로만 남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정상수는 달랐다. 사람들의 조롱을 끝까지 본인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힙합이 알려준 라이프 스타일대로 자기 자신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조롱거리들은 모두 밈이 되어 정상수라는 유튜브 스타를 탄생시킨다. 그가 그것들을 모두 밈으로 바꾸어 버렸다. 어쩌면 정상수 스스로 그 스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따금씩 숨어서 쇼미더머니4에서 산이에게 심사를 받던 정상수의 영상을 본다. 그 벌스가 내겐 ‘숨듣명’이기 때문이다. 난 한 라인에도 미친듯이 라임을 쏟아내는 그의 타격감 있는 랩이 좋다. 그가 가진 타격감의 진가는 그가 놀림 받을 때가 아니라 화려한 랩핑을 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이제 그의 벌스를 숨어서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킬링벌스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낀 그의 타격감 을 똑같이 느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타격감 있는 곡들을 발표해주길 기대해본다. 어쩌면 그가 싱잉랩으로 점철된 한국 힙합씬에 긴장을 줄 게임 체인저이자 정통 힙합 회귀의 시초가 될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학생, 적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