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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Mar 29. 2024

아이퀴즈온더블럭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1

‘종혁이는 일을 잘해서 맨날 일찍 가는구나!’


회사 이사에게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판교 테크노 밸리에서, 더울때 출퇴근은 반바지로 하는 자유의 도시에서 실제로 울려퍼진 말이다. 맞다. 이사는 꼰대다. 9명의 어른보다 더 지독하다는 10꼰대. 회사에 1년 조금 넘게 다녀보니 이사같은 10꼰대의 특징을 알아버렸다. 그들은 퀴즈내길 좋아한다. 유재석처럼 맞추면 돈이라도 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늘 티비보다 지독하다.


이사가 내게 했던 말을 정말 일을 잘한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바로 나. 이사의 첫 번째 퀴즈에 오답을 낸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입사 후 일주일만에 들었다. 정규직 전환도 안된 신입사원에게 야근을 바라는 이사. 시간이 흐른 후 우리 회사 임원들이 자기보다 일찍 집에 가는 직원을 싫어하는 10꼰대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 뒤로 그들의 말은 모두 내게 퀴즈가 되었다. 하나의 퀴즈에 열가지의 정답을 내야한다.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회사의 임원들이 퀴즈를 잘 맞추는 장원만 찾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준생들은 토익을 보지 말고 아재개그 백서를 보거나 도전 골든벨을 보자. 그게 면접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꼰대라는 말이 널리 퍼지고 그런 풍토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내가 느낀 사회는 그렇지 않다. 그들 스스로 꼰대라는 단어를 알아버린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 이제 그들은 그들도 꼰대라는 걸 알아버린 상황이다. 원래 메뉴는 막내가 정해야지 하면서도 요새 이러면 꼰대소리 듣나? 라며 꼭 덧붙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덧붙이는 그 말도 퀴즈라는 걸 알아챘고 그 답도 알아냈다. 나도 내가 꼰대인거 아니까 험한꼴 보기 싫으면 알아서 해. 그들은 지독하다.


사람들은 퀴즈도 참 지독하도록 다양하게 낸다. 여기 그 몇가지 퀴즈와 내가 알아낸 답을 소개한다.


Q1:종혁씨 면허 있어요?

A1:네가 운전해


Q2:(회의중) 회의실이 좀 덥네.

A2:에어컨 틀어


Q3:(식사중) 눈치보지 말고 천천히 먹어요.

A3:점심시간 다 끝날 때까지 밥 먹고 있을래? 빨리 먹어.


Q4:종혁씨 안에만 있기 갑갑하지않아?

A4:나 담배피러 갈거니까 옆에서서 지난번에 했던 얘기 또 들어.


Q5:좀 피곤하네, 커피 마실래?

A5:사와


Q6:점심 뭐먹을래요? 종혁씨 먹고싶은거 먹어요

A6:지금 날씨에도 맞고 어제 저녁에 내가 먹은 메뉴에도 겹치지 않는 만원 이하의 메뉴를 건물 나가기 전까지 정해서 당장 말해.


나는 퀴즈의 공간에 살고 있다. 어릴 때 부터 신문의 십자말풀이 퀴즈를 좋아했다. 하지만 사회의 퀴즈는 늘 어렵다. 아는 답이어도 맞추기 싫다. 하지만 어쩌나. 밥벌이다. 누군가 모든 밥벌이는 신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 밥벌이로 퀴즈 맞추는 일을 하는 셈이다. 1년 동안 열심히 고민했더니 장원 까진 아니어도 제법 정답률이 좋다. 나와 같이 퀴즈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포기하지말고 버텨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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