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혜원 Jan 31. 2021

그곳엔 지도도 나침반도 존재하지 않아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ost

20201118 수요일

<The Wolves and the Ravens>_ Rogue Valley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ost


https://youtu.be/wI_rCFeZqPg


캐리어를 열면 현실 속 고민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꾸역꾸역 가방 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것들이 ‘이제 숨 좀 쉬겠다’며 반짝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집을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여행이었던 시기였다. 한참 좋았던 그 시절, 현실의 고민을 해결하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었다. 맘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저 사소한 고민들과 괴로움, 더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이유와 같은 것. 커리어우먼 병에라도 걸렸나. 그땐 그랬다. 못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근데 참 못하긴 했다. ㅋㅋㅋㅋ


그토록 가보고 싶던 영국이었다. 그 전에는 일본이었고 그 다음에는 발리였는데 모두 다 그랬다. 특히 영국이 기억에 남는 건- 그건 그냥 영국이니까. 사대주의자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이 샘솟은 그곳. 그의 이름을 바꿔 부르면 낭만이라는 윌리엄 워즈워드가 살던 곳. 레이크 디스트릭트오래도록 그곳에 가기를 꿈꿔왔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이 말들에 의지했고

마치 그곳에선 전혀 딴 사람이 될 거라 착각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었고 장소를 옮긴다고 사람이 달라지지 않았다. 파랑새가 우리집에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월터가 사진을 못 찾을 수 밖에 없는 건 작가의 계략이다. 낭만을 깨고 싶지 않지만. 그저 시간이 흐르면서 일을 하면서 커리어우먼 병도 사라졌고 일을 못하면 안 되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1만 시간이 흘렀는데도 못하면 이제 그래요 예 이건 아니지. 그렇지만 이 음악을 듣노라면,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호스텔에서 혼자 사색에 빠져있던 예술병에 걸렸던 내가 떠오른다. 혼자가서 참 다행이었다. 누가 봤다면 바로 손절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곡씩 음악을 선정하고 글을 씁니다.

이번 주의 주제는 '여행'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딘가에서 헤엄치고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