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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혜원 Feb 10. 2021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4살 때 깨닫게 된 이유

<산타클로스>_ 9와 숫자들

20201221 월요일

<산타클로스>_ 9와 숫자들


https://youtu.be/0eJ4fE3AFhk


'신비 인형'! 조카가 요구한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 중 하나다. 개중 하나는 '방방이'였는데, 그건 조카의 아빠이자 나의 오빠가 선물하기로 했고, 조카의 할아버지이자 나의 아빠는 어부바인지 저부바 인형을 이미 구해다 둔 상태다. 신협 광고 속 주인공 돼지들인데, '소중한 꿈 어부어부 어부바~ 어부어부어부바~' 라는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음을 들으시면 금방 아실 텐데 난 이게 어부어부 어부바라고 하는지 처음 알았다. 무튼 3~5살 애들이 이 광고 음악에 환장한다고 한다. 노동요처럼 1시간 무한 반복 유튜브도 있을 정도. 신협이 머리를 잘 쓴 게, 계좌 개설을 하면 어부바 인형을 주는 것. 아빠는 조합원이라서 얻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난이도 낮은 신비 인형이 걸려서 오늘 이마트에 가볼 작정인데, 조카 크리스마스 선물 사 주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다. 왜냐면 나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4살 때 알아버렸기 때문.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잊을 수가 없는데, 크리스마스 즈음 엄마와 함께 동네 구멍가게에 갔다. 한창 구경하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장화 선물 세트'가 눈에 확 하고 들어왔다. 소비 요정은 그런 걸 지나칠 수 없지! 


초록색 빨간색 플라스틱 장화 안에 과자가 꽂혀 있고 양파망 같은 것으로 묶여 있었다. 보자마자 '엄마 이거 사줘!'라고 외쳤고 엄마는 '안됏!'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계산하고 나가버렸다. '엉.. 사줘!' 하면서 떼를 쓰자 엄마는 '우유나 마셔!'하고 탈지분유 우유의 빨대를 입안으로 쑤욱하고 넣어줬다. 그 당시 엄마는 늘상 화가 잔뜩 나 있었고, 무서웠기 때문에 질질 짜면서 우유를 먹으면서 집에 왔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 24일 밤에 아까 그 조카의 아버지인, 나의 오빠와 함께 현관문 바로 앞에 이부자리를 곱게 깔고 잠을 청했다. 그 이유는 첫째, 혹시라도 산타 할아버지가 방 안에 있는 우리를 못 볼까 봐, 둘째,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산타 할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세상 눈을 뜨니 25일 아침인 것이 아닌가.

생생히 기억난다. "어! 산타 할아버지!!!"하고 소리를 치고 머리 맡을 봤는데.... 이야기 전개상 다들 아시겠지만. 그랬다. 초록색 장화 선물세트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아, 나 빨간색 갖고 싶었는데, 심지어 초록색이야. 

난 엄마를 보면서 소리쳤다. 

"이거 엄마가 사준 거지?"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요망하지도 않았고 여우 같은 구석도 전혀 없는 그냥 말 많은 순딩이에 불과했던 나는

4살 때 이미 모든 추리력을 다 쏟아부었다.


분명 '미미 인형의 집'을 달라고 할아버지께 그렇게 외쳤는데, 장화, 그것도 얼마 전에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던 게 떡하니 있으니 난 그 날로 선물은 엄마가 준다는 걸 알고야 말았다. 스포일러도 없이, 오빠는 8살이 될 때까지 몰랐던 걸, 왜 나는 그리도 일찍 깨닫게 되었는지.


그래도 산타 클로쓰는 있다고 믿어요.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산타클로스>_9와 숫자들


당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후로

난 많은 단어를 배웠어요

꿈과 소망과 믿음과 인내와 기다림

때론 단념과 실망두요

오시는 길이 혹시 불편하실까봐 

눈을 치우지 않았어요

굴뚝은 어젯밤 말끔히 닦아뒀고

큰 양말도 준비했어요

그대에게 난 너무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어요

화려한 맵시 포근한 마음씨

온 겨울을 녹여요

365일에 오직 하루만을 그리 기다려왔건만은

작은 눈꺼풀도 나는 버티지 못하고 

내내 잠이 들고 말아요

어른들의 무지와 조롱 저는 굴하지 않았어요

착한 일도 많이 했구요 단 한 방울도 울지 않았어

그대에게 난 너무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어요

화려한 맵시 포근한 마음씨

내년엔 꼭 만나요

헛된 기대라도 좋아요 오시지 않아도 괜찮아

생각만으로 짜릿해요 이미 우린 함께이니까

그대에게 난 너무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어요

타오르는 그 밤 얼마나 

또 멋진 선물을 제게 주실 건가요

그대에게 난 너무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어요

화려한 맵시 포근한 마음씨

모두 깜짝 놀랄 거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곡씩 음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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