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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vethedreamlifegoeson Aug 11. 2024

뉴질랜드에서 간호사 되려고 영어공부한 이야기 3편

다시 시작이다!

내가 경험함 바로는 매일 조잘조잘 옆에서 떠들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는 아니잖아. 나도 일 년 반 정도 살던 그 집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되면서 다시 말할 원어민 사람이 없어졌어. 그 시골에 살 때도 공부는 똑같이 했지만 시험도 더 이상 보지 않았고 영주권 받고 나서는 조금 풀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전보다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던 것 같아. 너무 시골이라 다시 다닐 대학도 주위에 없었고 남편 직장도 조금 도시로 옮기려면 그래도 뉴질랜드 경력 1~2년은 있어야 한다기에 아예 포기 상태였지. 그러던 어느 날 있었던 일이 나의 의지에 다시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었어.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어. 남편이 오전에 일하러 가서 오후 오기 전까지 나와 세 살 먹은 우리 딸은 작은 오두막집 둘레로 난 과실수가 쪼르륵 심겨있는 오솔길을 따라왔다 갔다 하면서 귤도 따서 먹고 들판에 토끼 뛰어다니는 것도 구경하고. 고양이들은 우리가 가는 길마다 따라와서 앉아있고 하늘은 파랗고 너무 평화롭고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지. 난 그날 너무 행복했거든. 우리 딸도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남편이 일이 끝나고 집에 오니까 우리 딸이 막 뛰어나가서 아빠를 불러. 아빠! 아빠! 나 초콜릿 먹고 싶어! 하고… 남편이 날 쳐다보는데 분명히 나한테는 저 말을 안 해서 몰랐거든. 많이 먹고 싶었어? 하니 정말 많이 먹고 싶었데. 왜 엄마한테 아침에 말 안 했어? 했더니 우리 딸이 나를 딱 보며 하는 말. 엄마도 돈 있어? 하는 거야… 엄마는 돈 없는 사람 집에서 자기랑만 있고 돈 못 버는 사람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 속상할까 봐 안 물어보고 재밌게 노는 척하다가 아빠 오니 달려간 거…


에구. 세 살밖에 안 된 우리 딸 속 깊은 거. 내 탓인 거 같아 왠지 속상하더라고. 그래서 다시 적극적으로 간호사를 다시 해보려고 시험 날짜며 가능한 학교 등등 알아보며 영어공부를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


원래 하던 방식대로 공부를 하며 이 동네에는 어떤 옵션이 있고 내가 어떻게 하면 다시 간호사로 등록하기 위한 학위를 딸 수 있는지 편입 조건을 알아보았지. 그 당시에 다른 나라에서 간호사 하던 사람들을 위한 1년 반에서 2년 정도 편입해서 공부하는 코스가 그 시골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남편에게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일 년 정도 채우면 그 도시로 가자고 했지.


남편은 시큰둥하며 영어 점수나 만들어 놓으래. 워낙에 그 동네가 낚시꾼들에게는 천국이거든 거기 살면서 남편은 낚시세계에 빠져서 미쳐가고 있었으니 다른 곳에 이사 가기 싫었을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꼭 가고야 만다 다짐하면서 트레이드미로 렌트집도 알아보고 파는 집들도 시세를 체크해 가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러면서 아이엘츠 시험 준비로 정말 바빴지. 처음 점수 오점대를 받고 나서 집중해서 공부하기 시작하니까 리딩과 리스닝을 책도 많이 읽고 듣기 연습도 많이 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오르는 게 느껴졌어. 너무 재밌어지더라고.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하고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 거의 일 년 지나고 나서는 기출문제 새로운 걸 시간 맞춰 풀었을 때 리딩 리스닝 틀리는 게 거의 없더라고.


그런데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게 너무 공부를 너무 내가 오르기 쉬운 것만 했더라고. 엄두가 안 나서 놓고 있었던 스피킹 라이팅 파트는 정말 막막하더라. 그래서 시작한 게 필리핀 영어튜터랑 전화 영어였어. 남편이 예전에 하던 선생님이었는데. 글쎄… 나한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고 내가 말을 하면 교정을 해주긴 하는데 내가 뭐라도 내뱉어야 교정을 해주지… 내가 할 말이 없으니까 뭐 돈 내고 시간만 아깝더라고.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 목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어.


시험문제 기출을 보고 그 문제마다 할 말을 생각해 내서 그냥 말해보는 거지. 녹음하고 그걸 다시 들어볼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찌나 영어를 못하고 답답하고 느리게 말하는지 내 심장도 쪼그라들어. 그래도 이겨내야지.


정 말할 게 없으면 시나리오를 작성해. 일단 써두고 이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말하자.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문제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더라.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말이 늘지 않겠어. 계속 녹음하고 발음도 아리송 한건 구글에 쳐서 들어보고 맞게 발음한 건지…


근데 그게 한 문제 하는데 정말 오래 걸려. 인내심 없이는 언어공부는 힘들 것 같아. 내가 내 목소리 듣는 것도 힘든데 원어민이 이렇게 답답하게 말하는 외국인 말을 잘 들어줄 사람 찾는 건 하늘에서 별따기. 매일 오시던 주인아주머니도 자기 얘기는 엄청 하셔도 내 얘기할 타임은 주질 않으셨거든.


그런 고난의 혼자서 녹음하며 북 치고 장구치고 시간을 보내며 이것도 허튼짓이 아닌가 이런다고 말이 트이려나 의심에 의심을 하며 그래도 그것뿐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꾸준히 했지.


마의 쓰기 영역. 한국어로 글 쓰는 것도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 장려상 받은 게 전부인데 영어로 그것도 그 짧은 시험 시간 동안 글자수 맞춰서 논리 있게 뭘 적어내야 한다는데 그것도 잘 써야 한다는데 너무 부담이었어.


아이엘츠 아카데믹을 봤어야 하는데 쓰기 영역의 첫 번째는 그래프를 보고 이 그래프가 뭘 나타내는지 그런 걸 영어로 풀어쓰라는 둥 이런 거였고. 두 번째는 논란이 있을법한 주제 예를 들어 이민자들을 받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안되는가 뭐 이런 거? 그런 거를 장단점 쓰고 내 주장도 쓰고 서론 본론 결론 있게 그런 짤막한 글을 요점만 간결하게 아주 잘 써야 하는 거였지.


말 그대로 멘붕. ㅎㅎ 이거는 방법이 없더라고. 그냥 인터넷에서 아이엘츠 쓰기 높은 점수인 글들이 예시라며 돌아다니는데 처음에는 그걸 그냥 보이는 데로 받아 적고 또 적고. 분석도 해보고 그러면서 끝도 안 보이는 나 자신과의 싸움을 했었어.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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