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이렇게까지 먹어야 했을까! 외치던 남편
십 년 전 뉴질랜드 깡 시골 바닷가 마을에 살 때 일들은 하루하루 추억으로 가득해. 그만큼 자연 속에서 살아서 정말 자급자족 한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먹거리를 자연에서 많이 얻었었거든. 꽃게 조개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으니 이번엔 장어 이야기를 해볼까. 우리가 살던 오두막집 바로 옆으로 개천이 있었어~~ 낮에 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장어들이 헤엄치고 다니는 게 보일 정도였지. 우리는 한국 사람. 장어 하면 몸에 좋고 맛있고 비싸잖아! 그런데 이민 초기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싱싱한 먹거리가 눈앞에서 헤엄쳐 다니니까 저걸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을까 했지. 하루는 남편이 낚싯대를 꺼냈어. 베이트를 작은 바늘에 달고 살짝 강가에 던져놨지. 이 장어들은 아주 망설임이 없어. 먹이가 보이면 그냥 냅다 먹나 봐~ 아주 쉽게 몇 마리를 낚았지. 남편은 그 미끌미끌 특유의 장어 냄새에 질색하며 장어가 꿀꺽 삼켜버린 바늘을 빼내려고 용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줄을 몇 번 끊어버리고 다시 채비를 만들기 반복했지.
그래도 한 다섯 마리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말에 못마땅 하지만 몇 마리 더 잡더라고. ㅎㅎ 근데 그 이후가 더 문제였어. 생전 장어 손질을 누가 해봤겠냐고. 음식점서 맛있는 살점만 구워주는 것만 먹다가 장어가 이리도 징그럽고 냄새가 지독한지… 남편이 버켓에 담아두면 장어들은 어떻게 탈출해서 땅으로도 잘 기어 다녀 도망가버리고 ㅎㅎㅎ 결국 버켓에 뚜껑을 덮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지. 어떻게 장어를 손질해야 하나. 유튜브에는 어떤 장어집 사장님의 현란한 솜씨로 손질하는 영상이 나오는데 나무에 못을 하나 박아주고 장어 머리를 거기에 끼워서 쫘악… 손질하는 거였어. ㅠㅠ 너무 징그럽더라고. 그래도 먹긴 먹어야겠고. 남편은 결심한 듯 나무판데기 굴러다니던 거 하나를 주워와서 못을 하나 박아서 첫 시도를 했지. 근데 장어가 살아서 팔딱팔딱 미끌미끌 엄청 힘도 세잖아~ 그 상태로 머리에 못을 어떻게 박냐고…
또 장어를 다시 넣어두고 폭풍 검색을 하는데 이게 카더라 통신은 믿을게 못되더라고. 어떤 사람이 장어를 기절시키게 머리를 세게 때리면 된데. 그래서 남편이 장어 한 마리를 힘겹게 꺼내서 머리를 막대기로 세게 때려봤어. 장어가 기절은커녕 더 빨리 도망가~~ 그거 잡는다고 난리 잡으면 미끄러지고 ㅋㅋㅋ 그래서 다시 겨우 잡고 버켓에 집어넣고 검색. 어떤 사람이 이번엔 뜨거운 물을 팔팔 끓여서 부어버리라는 거야. 그러면 겉에 미끌거리는 점액질도 빠지고 장어도 죽는다고. 그래서 우리 생각에 이건 좀 잔인한 거 아냐? 했지만 어차피 먹을 거잖아. 그러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어 그래서 야심 차게 버켓 뚜껑을 열고 남편이 뜨거운 물을 붓는데 졸졸졸 뜨거운 물 샤워를 받는 장어들이 난리가 난 거야~~ 점프를 하고 버켓 밖으로 나오고 아이고 아주 아수라장이었다. ㅋㅋㅋ 아무튼 장어들을 다시 주워 담고 뜨거운 물에 조금 놔두니 다 죽은 거 같더라. 진짜 점액질도 불어난 듯 보여서 제거하기 수월했고.
일단 그렇게 해서 나무못에 박고 생전 처음 하는 장어 손질에 나선 남편은 정말 힘들어 보였어.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장어 손질을 열심히 하고 점액질도 제거하고 물로 씻어서 최종 살코기를 큰 쟁반에 열심히 담고. 그게 끝이 아니잖아~~ 내가 장어는 숯불에 구워야 냄새가 안 나는데~~ 했더니 집에 있던 작은 화로에 이제 불을 피우기 시작. 숯이 어느 정도 불이 붙고 드디어 장어를 한점 올려서 지글지글 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바짝 구웠어. 워낙 크기가 커서 바짝 구워도 살이 토실토실 먹을 게 많았지~ 아무것도 양념 안 했는데 왜 그렇게 맛있는 거야. 우리 쪼꼬미 딸아이까지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 그날 이후로 몇 번 그 고생을 했는데 그때 고생을 하도 해서 남편이 이제 장어에 장 짜도 입밖에 못 꺼내게 해. 장어는 괜히 비싼 게 아니구나~~ 그때 알았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