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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vethedreamlifegoeson Jul 30. 2024

뉴질랜드 깡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살 때 이야기 1

힐링의 공간

우리는 통장에 잔고도 없고 영주권은 겨우 받았지만 영주권 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서류 작성 등등등 멘탈이 탈탈 털려서 멘탈도 약간 나가있는? 상태였어. 심신 미약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사람 보기도 희귀한 자연 속에서 사는 게 꼭 요양 온 것처럼 망가진 우리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그곳은 정말 아름다웠어. 지금도 아이들 교육문제만 아니라면 남편도 나도 다시 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뉴질랜드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었지. 왼쪽 바다에 가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물이 많이 빠지는 날이면 그냥 물 가까지 걸어만 가도 조개들이 발에 치여~ 파도가 살짝 들어왔다가 내가 서있던 땅을 살짝 작시고 나갈 때 내 발 밑의 모래를 쓸고 나가며 거기에 다다다다 엄청나게 박혀있는 조개 무더기를 보여주지. 그럼 우린 준비해 간 빨간 양파망 속에 조개를 주워 담기만 하면 순식간에 이 나라 법적 채취가 가능한 숫자만큼 담을 수 있는 거야. 거기에 준비해 간 큰 물통에 바닷물을 최대한 많이 받아가지고 오분 거리에 있던 우리 오두막 집에 가져가서 큰 바구니에 조개와 바닷물을 넣고 동전 몇 개 넣어 해감을 시키지. 몇 시간 지나서 보면 조개가 모두 입을 헤~~ 벌리고 해감하고 있어. 톡 건드리면 물을 쏘며 입을 다물지. 그럼 먹을 만큼 꺼내서 대충 헹궈서 조개탕 조개젓 조개구이 조개무침 부침개 등등 아주 다양하게 요리를 해 먹었어.


어느 날 어떤 블로그에서 뉴질랜드에서 꽃게 잡는 사진을 본 거야~ 꽃게망과 닭다리가 있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오클랜드에 갈 일이 있을 때 한인 낚시 가게에서 꽃게망을 하나 샀어.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 시작했지. 이 바다 저 바다 다 가서 꽃게망에 닭다리를 달고 낚싯대 끝에 달아 남편이 바닷물 무릎까지 찰랑찰랑 대는 곳까지 들어가서 힘껏 카스팅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끌어올리기. 어떤 바다에서는 모래만 잔뜩 끌려오고 어떤 바다에서는 물살이 너무 세서 그냥 둥둥 떠내려오기도 하고. 도대체 꽃게는 어디에 사는 거지? 하면서 동쪽 서쪽 북쪽 구석구석 남편 낚시 다닐 때마다 다 시도를 해 보았는데 꽝. 그러다가 어느 해변을 갔는데 고운 모래가 주욱 펼쳐진 제법 평평한 그런 해변이었어. 거기서 또 시도를 해 보았는데 오~~ 회색빛 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게 작은 것이 망에 걸려 나온 거야~~!!! 우린 그날 희망을 보았어! 그리고 계속 연구했다. 꽃게로 꼭 내 손으로 게장을 담가보겠다 하고는 의지에 불타서 연구했지. 그 이후로 남편과 상의 끝에 닭다리를 그 해변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의 머리로 한번 바꿔 보았어. 냄새를 맡고 큰 게 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오~~ 작전은 제법 성공했어. 한번 던지고 올릴 때마다 망에는 아주 크진 않지만 손바닥 반 만한 꽃게들이 두세 마리씩 딸려왔고 남편은 게들의 집게 공격에 앗따가워! 를 외치며 괴롭게 꽃게들을 망에서 풀어 버켓에 담고. 나는 좋아서 오~~ 예스 우리 꽃게장 간다! 하며 한번 더를 외쳤지. 남편은 집게발의 공격과 엉켜있는 꽃게망을 풀며 싸움하느라 힘겨워 보였지만 버켓을 채우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노라 선언하니 아주 열심히 먹이 사냥에 열심히였지. 결국 그날 그래도 2리터 컨테이너에 담길 만큼 꽃게를 잡아와서 열심히 닦고 기절시켜 넣고 간장 파 마늘 고추 등등 인터넷 보고 양념을 만들어 가득 부어 냉장고 숙성. 그다음 날 맛보았는데 내가 만들어 그런지 내가 맛본 게장 중에 최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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